<제14화> 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
기사입력 1996년 03월 06일 16시 02분
이 장 쯤 떨어진 어둠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유령처럼 다가서고 있지 않은가.
일신에 흑의장포를 걸친 사내들.
태양혈이 불끈 솟아 올라 있는 모습이 첫눈에도 고수로 보여졌다. 그들의 수중에는 각기 이 백 근은 됨직한 운두도(雲頭刀)가 들려 있었다.
두툼한 도신(刀身)에서는 싸늘한 한광이 어둠의 정기를 받은 듯 번쩍 거렸다.
그들은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다. 목엽의 전신을 훑어보는 눈빛에는 경이로움과 감탄이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무사들을 상대로 발휘됐던 목엽의 기기묘묘(奇奇妙妙)한 권법(拳法)을 목격 했기 때문이었다.
목엽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들을 주시한다.
"소생은 귀하들과 싸울 의사가 없소."
운두도의 인물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단지 좌우로 벌어지며 목엽을 향한 공격의 태세를 취했다.
목엽이 다시 말했다. 서늘한 어조였다.
"경고하오. 물러 가시오. 타르무에게 우리가 이미 떠났다고 전하시오."
쉭--
운두도의 사내가 파공성을 일으키며 쇄도해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의 몸놀림은 상상 이상으로 절륜했다.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에 이미 목엽의 석 자 앞으로 다가 온 것이다.
"합!"
목엽은 기합을 넣는 동시에 지면에 닿을 듯 앉으며 몸을 회전하였다. 동시에 그는 우족(右足)을 사정없이 상대방의 명치끝을 차올라 갔다.
이 일련의 동작은 참으로 빠르고 치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을 가했던 흑의장포 괴인은 이 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의 입에서는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방풍운각(東邦風雲脚)"
목엽은 재차 폭갈을 터뜨리며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다른 운두도의 흑의장포인을 노렸다.
그렇지 않아도 일격에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동료의 광경을 보았던 장포의 괴인은 수중의 운두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츠아아--츠츳-
살벌한 도기(刀氣)가 목엽의 전신 요혈(要穴)을 노리고 뻗어왔다. 그의 도법은 악랄 하면서도 기괴 하였다.
위험천만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전혀 반격을 할 수 없으리라 믿어졌던 공중의 목엽은 한 줄기 맑은 장소성을 토해내며 자신의 왼 발로 오른 쪽 발 등을 튕기고 떠오르는게 아닌가.
실로 믿을 수 없는 경신공부(詛身功夫)다.
황금사원의 공주 황보백령은 목엽의 동작을 보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동방산장의 이소야가 천하제일의 무공(武功)을 소지 하고 있다는 대황의 소문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구나'
놀라운 사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목엽은 흑의장포 괴인의 도광(刀光)을 가볍게 벗어나는 동시에 자신의 오른손 엄지를 튕겼다. 마치 거문고를 튕기 듯 가벼운 동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