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첫 태극마크 '음메! 기살아'
기사입력 1996년 03월 05일 16시 34분
##축구대표출신 아내에 체면세웠다.## ##"전천후 보라" 당찬 포부## "이제야 체면이 좀 서네요."
`까까머리' 김기남(25.상무)이 머리를 긁적 거린다.
그동안 여자축구 `대표선수' 출신의 아내 김은진(26)을 모시고(?) 사느라 스타일을 구겼던 김기남이 지난 2일 국가대표팀에 뽑히자마자 꺼낸 첫 마디.
김기남은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전 때 태극마크를 달기는 했지만 당시 크라마 감독이 올림픽팀을 떠나며 함께 탈락돼 진짜 국가대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뻔 했지만 김현석(현대)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보결'로 합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기량이 `보결' 수준인 것은 아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빠진 뒤 프로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소속팀이었던 포항이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데 큰 공헌을 세웠던 장본인.
특히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에서부터 스토퍼까지 필요에 따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여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유별난 사랑을 받아왔었다.
김기남이 이처럼 성숙해질 수 있었던데는 90년대초 여자축구 대표팀의 스토퍼로 평양까지 다녀왔던 `기량(18개월.딸)이 엄마'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김은진씨는 새벽부터 남편을 숙소 근처의 공터로 끌어내 함께 차고, 뛰며 `동반훈련'에 땀을 쏟았다.
임신 중에도 이 새벽훈련은 계속돼 비록 뛰지는 못하지만 볼을 던져주거나 복근운동을 도와주는 등 남편의 개인 트레이너로 한눈을 팔지 못하게 했다.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의 연봉을 2배로 줘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돈다.
그러나 이 새벽훈련도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김기남이 상무에 입대했기 때문.
그러자 이번에는 몸을 쓰는 훈련파트너가 아닌 정신적인 지주로 변신, 전화선을 통해 남편의 이미지 컨트롤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주고 있다.
"대표출신 아내를 두고 남들보다 못한다면 창피한 일이지요. 어느 자리나 맡겨만 주십시오."
진짜 대표선수가 돼 어깨에 힘이 들어간 김이병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