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탁상행정에 멍든 동심
기사입력 1996년 03월 04일 16시 32분
축구협회 행정이 연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월 대의원총회를 통해 올해부터 국제경기는 물론 프로와 아마추어 빅게임마다 오픈 경기로 초등부 라이벌전을 개최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3일 수원서 열린 올림픽팀의 평가전에 앞서 치를 예정이었던 첫 오픈 경기가 불발됐다.
축구협회는 이미 초등부축구연맹과 협의아래 이날 정오부터 구운(수원)과 안양초등학교간의 경기를 하기로 했으나 돌연 1시간전에 취소된 것이다.
이미 양교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와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초등부연맹측은 심판비와 경기운영비까지 준비, `첫 시도'에 대한 기대를 부풀이고 있던 참이었다.
협회측이 밝힌 이유는 운동장장(長)이 잔디와 그라운드내의 라인 훼손을 우려, 경기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협회는 사전에 운동장측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일을 추진, 경기 당일에야 이 사실을 안 운동장측의 거부로 우스운 꼴을 당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수원공설운동장장은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었다.
표면상으로는 운동장 보호를 내세웠지만 반발심리가 앞선 일종의 과시성 거절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운동장장은 지난해 수원시 축구협회와 자매결연을 한 팀이 방문했을 당시 하루동안 무려 5차례의 경기를 허락하기도 했고 지난 연말 와 한국올림픽팀과의 평가전때는 명지대와 `올드 스타팀'과의 오픈 경기를 경기 도중에 돌연 취소시키기도 했다.
협회 또한 그의 이런 돌출행동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하고 치밀하게 일을 추진했어야 하지 않은가.
대의원 총회 당시 만장일치로 유소년 라이벌전의 의무화를 결의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축구 협회의 의지를 다시한번 묻고 싶다.
어른들의 `불합리'로 인해 상처만을 남긴채 그라운드를 총총히 빠져나가는 동심(童心)들은 어떠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