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기사입력 1996년 03월 04일 14시 57분
방귀하면 어쩐지 지저분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는 방귀가 변을 배설하는 부위를 통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환자 중에는 방귀가 너무 많이 나와서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 동료나 중요한 손님을 접대할 때 또는 시집 식구들 앞에서 주책없이 방귀가 나와 민망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방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나 저제나 방귀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초조한 시간을 괴롭게 보내는 그들은 바로 맹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방귀는 산소와 질소, 메탄, 수소, 이산화탄소의 5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메탄 가스와 수소 가스, 이산화탄소 3가지는 창자안에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세균 균주들의 대사과정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이중 메탄 가스는 대장에서만 생산되는데 분출하는 압력이 엄청나서 수은주의 압력이 200㎜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상인 3명중 한명꼴로 메탄가스를 특별히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먹는 음식과는 무관하게 메탄가스를 생산해내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능력은 유전 보다는 환경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한다. 신생아 분만과정에서 오염돼 메탄가스를 생산해내는 세균이 대장에서 자리를 잡고 상주하게 되거나, 또는 이미 이 세균에 오염이 되어있는 어른이 아이를 보면서 아기의 대장으로 이 세균이 옮겨가서 상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귀 가스중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탄산가스)를 생산해 내는 세균균주를 대장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콩을 먹으면 대장에서 세균들이 수소와 이산화탄소가스의 생산을 더욱 활발하게 해서 방귀를 잘 뀐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흡수가 잘 안되는 탄수화물을 먹어도 방귀가 잦아진다. 요즈음 설탕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껌에 솔비톨이라고 하는 흡수 안되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솔비톨을 섭취하면 대장에서 가스가 많이 생산되고, 심할 경우에는 설사까지 할 수도 있다.
껌을 씹을때 계속해서 침을 삼키게 되는데, 침 삼킬 때 소량의 바람을 함께 삼키게 되므로 지나치게 잦은 방귀 때문에 애를 먹는 사람들은 무가당 솔비톨이 함유된 껌을 너무 많이 씹는 것을 삼가야 한다.
홍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