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우 7단 ●박진열 6단=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3월 01일 18시 42분
**백 176 좌상귀 착각으로 흑 역전무드 제11보(172~179)=전보에서 밝힌 더욱 겁나는, 강만우로 하여금 `여기서 질 뻔 했다'며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게 했던 그 수단은 무엇일까. 수순을 거슬러 올라가 흑 (전보 흑 167)을 의 흑 1로 뻗어 연결하면 백 2, 다음 3의 곳을 끼워 이하 흑 11까지 패가 난다.
물론 흑 3 때 백이 5의 곳으로 물러서면 실전처럼 백두점을 취하는 타협이 되지만 오른쪽 흑 두점을 살려온 셈이 되므로 결과는 실전과 5집 차이. 종반의 5집이라면 `역전'이다.
백은 한숨을 몰아쉬며 172까지 고비를 넘겼지만 살얼음판 같은 위기는 계속 이어진다. 흑이 173, 175로 젖혀 이었을 때 무심코 보강해 둔 176. 이 수가 강만우의 얼굴을 또 한번 붉게 물들인, `졌다면 패착'이었다.
176은 의 흑 1, 3에 대한 보강이었다. 다시 말해서 173, 175의 젖혀이음을 선수로 본 것이지만 중대한 착각이었던 것이다.
수순중 흑 7에 먹여치고 흑 9로 둘 때 뒤에서 돌아가면 아무런 수도 나지 않는다. 종반의 미세한 접전에서 선, 후수의 차이는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176으로 우변 177의 곳을 두거나 하다못해 좌하귀 179의 곳으로 한점을 끊어잡았으면 이후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백의 완리'이었다.
좌하귀의 실책으로부터 중앙의 어지러운 접전이 좌상귀의 중대한 착각으로 이어지면서 바둑은 단숨에 뒤집어지고 말았다. 흑 177로 역전무드.
역전, 흑은 초중반 실책의 대가로 기나긴 가시발길을 걸어야 했으나 무서운 인내력을 발휘하며 끝내는 승부를 반전시켰다.
감격적인 바로 그 순간 흑 179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