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가 폴 자쿠레 29일 특별전
기사입력 1996년 03월 01일 18시 34분
1930년부터 1960년대까지의 우리 풍속과 풍물을 담은 저명한 풍속화가 폴 자쿠레의 작품들이 국내에 들어왔다. 사단법인 한국판화미술진흥회(회장 김태수)는 에서 일제와 근대공간의 한국인들을 집중적으로 그린 폴 자쿠레의 판화 38점을 확인하고 최근 보부상과 고아, 돌잔치를 맞은 아이를 그린 작품 3점을 반입했다.
진흥회는 이어 이달 중순 나머지 작품들을 국내에 들여와 오는29일부터 4월7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판화미술제'의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의 전통판화기법인 우키요에기법으로 제작됐고, 눈 등 인물의 일부 표현이 서양적이어서 어색한 점이 있지만, 자쿠레의 작품들은 다양한 직업과 계층, 연령대의 옛 한국인들을 다채롭게 묘사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복식(服飾)과 의복의 문양, 일상의 소도구들은 세밀한 관찰과 정확한 묘사를 읽을 수 있어 근대공간의 생활상 연구 자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폴 자쿠레가 방한, 스케치하고 판화로 옮긴 38점의 작품은 일일이 인물과 그 인물의 생활환경을 결합시켜 당시의 생활상을 이채롭게 제시한다.
일이나 특정계층과 관련해서는 보부상 차림의 소금장수, 웃옷을 벗어제치고 떡을 만드는 사람, 도공, 지게에다 꽃을 진 꽃장수, 소매치기, 걸인, 불상 만드는 장인 등이 눈길을 끈다.
신혼 첫날밤의 어여쁜 신부, 꽃나무 아래 아낙들의 한담, 깊은 상심에 잠긴 젊은 여인, 색동옷을 입은 아기, 책읽는 노인 등 인생의 특정한 때와 관련된 묘사도 흥미롭게 제시된다.
이들중 연작판화 `투계'는 625를 투계(鬪鷄)를 들고 있는 두 청년으로 상징시켜 눈길을 끌고, 술에 취해 길거리를 안방 삼아 맘껏 뻗은 한량을 그린 `연회에서 돌아와서' 등 해학적으로 묘사된 작품도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한국의 여성' 등 여성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도 많은데, 간혹 일상생활공간의 여성들이 한복 아래로 젖가슴을 드러낸 경우가 있어 스케치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자쿠레의 작품들은 대상을 정확하게 옮기는 사실적인 묘사에다 우키요에 특유의 표현감각을 조화시켜 기록성, 표현성을 함께 충족시키고 있다.
태생으로 에서 성장한 폴 자쿠레(1896~1960)는 인 의사와 재혼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인을 양녀로 삼기도 했다. 여러 나라의 풍속을 담은 판화 3만점과 수백점의 수채화를 남긴 자쿠레는 타계후 세계 곳곳에서 10여회의 회고전이 열려 주목할 만한 `풍속화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