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석,유연경 - 역시 피 못속인'남매돌풍'
기사입력 1996년 03월 01일 17시 29분
**60년대 주름잡던 어머니 황규옥씨 뒤이은 배구집안 96 슈퍼리그가 개막된 지 사흘 뒤인 작년 12월 26일 잠실학생체육관. 이날의 MIP(가장 인상적인 선수) 가운데는 닮은 꼴의 남녀 선수가 있었다.
유호석(24.)-연경(22.담배인삼공사) 남매.
이들은 이날 9득점 18득권(유호석), 11득점 14득권(유연경)을 기록하며 소속팀이 상무와 도로공사를 각각 3대0으로 셧아웃시키는데 수훈갑이 됐다.
유호석-연경 남매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활약이 미미했다.
실업 2년차인 유호석은 작년 발바닥 염증 수술을 하는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느라 벤치에 앉아있기가 일쑤였고 빈혈 증세가 있는 유연경도 실업무대 4년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씨 남매'는 이날 MIP에 나란히 오른 것을 시작으로 슈퍼리그 내내 `남매 돌풍'을 이어갔다.
유호석-연경 남매는 60년대 후반 국가대표 레프트 주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어머니 황규옥씨(49.9인제 배구 홍보이사)의 핏줄을 이어받은 배구 2세들.
고교시절 사격선수였던 유호석은 명지대 1학년이던 지난 90년 한해동안 키가 18㎝나 갑자기 크는 바람에 배구로 전향했고 6년간의 후보 생활을 거쳐 마침내 올시즌에 활짝 피어났다.
이번 슈퍼리그 개인성적에서도 A퀵 3위(155킬)와 B퀵 2위(75킬)에 올랐고 세트당 1.26개의 블로킹으로 이부문 3위를 차지, 센터의 본업인 속공과 블로킹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이 이번 시즌 써비스, 대한항공 등을 격파하며 3차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유호석이 가운데를 든든하게 지켜줬기에 가능했던 것.
여중 2년때 부터 배구에 입문한 동생 유연경의 솜씨도 대단했다.
팀의 레프트 주공격수인 유연경은 특유의 파워 강타와 끈질긴 수비력을 과시하며 공-수에서 맹활약, 만년 꼴찌팀인 담배인삼공사를 두 단계나 올려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담배인삼공사가 대회 초반 도로공사와 을 연이어 꺾으며 파란을 일으킬 때 `원동력은 유연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녀의 활약은 눈부셨다.
유연경은 92킬로 오픈공격 3위에 랭크돼 있다.
그 덕분인지 지난달 27일 발표된 아시아오세아지역예선에 출전할 13명의 엔트리에 포함돼 2대에 걸친 `태극 가문'을 이뤄냈다.
어머니 황규옥씨는 "자식 둘을 모두 코트에 내보냈지만 그동안 별 활약이 없어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이제 다들 제몫을 해주니 기쁘다"며 "호석이까지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하는게 바람"이라며 욕심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