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하루아침에 증조할머니 대접
기사입력 1996년 03월 01일 15시 36분
우리의 옛효자들 중에는 나이들어 홀로되신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양기를 돋워주려는 이가 있었다. 그래서 열대여섯이된 여자 아이를 동침시키는 일이 있었다. 즉 여자 아이의 정기있는 입김과 온기로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회춘시켜 보려는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것을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돈푼깨나 있는 집안에서는 이를 효도로 여겼다. 더 심한 경우는 정식으로 혼인을 해 어머니가 아들의 딸 같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샤론 케이 휴즈'라는 아가씨는 친구소개로 62세된 사람과 알게 됐다. 홀아비인 이 노인이 마음에 들어 정식으로 혼인신고까지 했다. 그 아가씨의 나이는 결혼해도 되는 16세. 그런데 이 노인에게는 전처 소생 자녀가 다섯이나 있다. 또 그 자녀들에게도 아이가 있는데, 그 손자중 하나가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결국 이 소녀는 하루 아침에 증조 할머니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한집에서 사는데 식구가 자그마치 23명이나 된다. 핵가족으로 따진다면 5가구가 넘을 것이다.
과연 이 증조 할머니가 나이 많은 자녀, 그리고 손자와 증손자까지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러나 이 증조 할머니는 원래 가족이 많은 집에서 자라서, 자녀나 손자 손녀들을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며 잘 지낸다고 한다. 위계질서의 파괴다. 우리같은 동양이었다면 그 집은 고함치는 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미국이다. 그 아들들도 거북해하지 않고 자기 아버지를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여자로 생각한다니 우리와는 아주 다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