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홍지민, '청룡의 연인'과 '뮤지컬 디바'가 만났을때...
기사입력 2010-03-18 14:03
| 뮤지컬 제의, 실력 안돼 거절 준비되면 꼭 도전할래요 |
| 연기 잘 하면 노래도 잘 해… 그때 되면 꼭 도와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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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언니 보면 유쾌해진다고… 오는 동안 흥분됐어요. |
#1. 첫만남부터 "우리는 찰떡궁합"
◇"언니라고 해도 돼요?"
첫 만남이지만 두 사람은 어색하지 않았다. 성격 좋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기 때문. 특히 언니인 홍지민은 동생을 위해 작은 선물까지 준비했다.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벌써 하지원은 "언니라고 해도 돼요?"라며 살갑게 말을 붙였다. 간단한 와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는 술술 풀려갔다.
▶홍지민(이하 지민): 지원씨 만난다니까 되게 설레었어요. 내가 혹시 안 챙겨본 영화가 없나 찾아봤는데, 다행히 다 봤더라고요. '내사랑 내곁에'까지. 나 정말 궁금한 것도 많고….(웃음)
▶하지원(이하 지원): 드라마 '온에어'는 정말 잘 봤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뵀고요. 죄송하게도 직접 뮤지컬 공연을 보진 못했어요. '드림걸즈' 하실 때 '해운대'랑 '내사랑 내곁에' 촬영하느라 2년 가까이 부산에서 보냈거든요. 오늘 지민 언니 만난다니까, 친한 언니들이 다 좋아하더라고요. 언니가 유쾌하셔서 많이 웃을 거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여기 올 때까지 정말 흥분됐어요.
▶지민: 술은 잘해요? 전엔 좀 잘 했는데, 요즘은 공연을 해서 안 마시니까 잘 못하겠더라고. '드림걸즈' 때 힘들어서 거의 1년 동안 안 마셨더니 이젠 금방 취해요.
▶지원: 저도 전엔 좀 마셨는데, 요즘은 거의 안 마셔서 반병만 마셔도 취하는 거 같아요. 올해는 술을 끊는 게 작은 목표이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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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지원씨 만난다고 설빀어요. 안 본 영화가 있나 확인했는데, 다행히 다 챙겨봤더라고요. |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영화, 뮤지컬계의 베테랑인 두 여배우지만 서로에게 궁금한 게 많았나 보다.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이것저것을 물었다.
▶지민: '내사랑 내곁에' 보면서 같은 배우로서 '진 빠지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뮤지컬에서도 '캣츠' 그리자벨라 하다 우울증 걸린 후배도 있어요. 나도 '드림걸즈'에서 따돌림 당하고 쫓겨나는 캐릭터라 밝은 성격임에도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 역할 하면 일상까지 얼마나 영향이 미쳐요?
▶지원: 전 촬영 들어가면 그것 말곤 아무 것도 안 해요. 운동도 안 하고 일상까지 빠져요. 그래서 힘든 작품하면 빠져나오는데 많이 힘들어요. 마음고생도 많이 하고…. 대신 밝은 작품하면 일상도 밝아지죠. 그래서 꼭 그런 거 찍고 나면 다음엔 밝은 작품하려고 해요. 액션도 하고 싶고…. 도전하는 거 무척 좋아하거든요.
▶지민: 와, 정말 좋은 배우다! 대단해요. 아, 나도 액션 너무 좋아해요. 이래봬도 태권도 3단이에요. 내 꿈의 노트에 액션영화 찍는 것도 적어놨어요. 나중에 액션영화 촬영하면 슬쩍 나한테 얘기해줘요. 정말 출연하고 싶거든요. 상부상조해야죠.(웃음)
▶지원: 전 공연을 보면서 '내가 만약 무대에 섰다면'이란 상상을 하는데 그 긴 가사며 노래 대사까지 어떻게 다 외워서 하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을 동경하지만 '감히 내가 어떻게?'란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지민: 오랫동안 트레이닝을 하니까 가능한 거지만 다른 분야라서 그런 동경을 하는 걸 거예요. 뮤지컬 배우들도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똑같이 동경하니까요. 뮤지컬 출연엔 관심 없어요?
▶지원: 당연히 관심 있죠. 전에 시간 날 때 성악이랑 뮤지컬 보컬도 레슨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몸을 악기로 만든다는 게 진짜 힘들고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죠. 뮤지컬 제의도 있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로는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또 성격상 두 가지를 못해서 작품 하면서 조금씩 짬 내면서 연습하는 건 용납이 안 되거든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어요.
▶지민: 오! 준비된 뮤지컬 배운데요. 연기 잘하는 사람은 노래도 잘 해요. 뮤지컬은 노래를 연기감정으로 하니까 지원씨는 잘 할 수 있어요. 제가 연기 티칭할 수준까지는 아니고 작은 팁 정도는 알려줄 수 있으니까, 나중에 도전하면 꼭 도와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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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도 비슷한 A형 자매
▶지민: 그런데 연기 정말 잘 하고 싶지 않아요? 난 노래랑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어요. 가끔은 너무 짜증이 날 때가 있어요. 배우들은 스스로 충족되지 않는 게 있어요. '다음 생에는 미친 연기자로 태어나야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지원: 전 이런 생각을 해요. 제 외모나 목소리는 타고난 대로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전 작품마다 제 목소리를 바꾸고 싶어요. 또 끊임없이 연기하고 트레이닝해서 생긴 표정들 외에 제가 갖고 있지 않는 표정이 딱 생겼으면 좋겠어요. 보이스는 정말 바꿔보고 싶어요. 배우들이 다 그런가 봐요. 그렇죠?
▶지민: 지금도 눈 뜨고 일어나면 '엄청난 소리를 내는 흑인가수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해요.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연습해야 하지? 너무 잘하고 싶다는 성이 안 차서 짜증이 나죠. 물론 내 연기 노래가 좋을 때도 있으니까 계속 연기를 하는 거지만…. 그나저나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요?
▶지원: 촬영할 땐 거의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그런데 촬영 안 하고 그냥 하지원일 때는 재미없고 힘들어요. 잡생각 안하는 스타일인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부러 스케줄을 빡빡하게 만들어서 힘들어 지칠 정도로 다녀요.
▶지민: 혈액형이 뭐예요?
▶지원: A형이요. 남들은 다 O형이나 B형이라고 생각하죠.
▶지민: 나도 전형적인 A형이에요.(웃음) 그런데 남들은 100％ O형으로 보죠. 지금은 무대 소품을 헬퍼(도우미)들이 챙기지만 예전엔 배우들이 직접 챙겼는데 난 남들 몰래 왔다 갔다 하면서 10번씩 확인했어요. 지금도 헬퍼가 있지만 꼭 체크해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성격인줄 모르죠. 지금도 다이어리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뭐한다고 일일이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생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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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들도 떤다?
▶지민: 혹시 울렁증 같은 거 있어요? 난 아직도 공연 직전엔 라이브니까 너무 떨려요. 그때 울렁증이 오더라고요.
▶지원: 전 울렁증이 어떤 건지를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촬영할 때 설레는 건 있어요.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떨리죠. 가슴에서 울리는 게 있어요. 피하고 싶고 울렁거리는 건 아니에요.
▶지민: 나도 두려워서 피하고 싶고 그런 건 아닌데, '오늘 잘해야지. 실수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 몸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려요.
▶지원: 그건 울렁증이 아닌 거 같은데요. 저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려요. 그런데 전 그게 좋아요. 설레고 긴장감 있어서 좋아요.
▶지민: 막이 딱 오르고 공연이 시작되면 편안하고 안정이 되요. 내가 떨고 있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아 이제부터 울렁증이라 생각하지 말고 설렘이라고 생각해야 겠어요. 하나 배웠네요.
▶지원: 그런데 전 카메라 앞에 서거나 연기하는 건 괜찮은데, 제가 잘 모르는 공식자리나 많은 사람들 옆에서 수상소감 얘기할 땐 제 심장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떨려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온 몸으로 떨고 있는 게 들려요.
▶지민: 나도 비슷한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나한테 공식석상에서 말 잘 한다고 해요. 난 떨려서 죽겠는데, 옆에선 잘 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지원: 사람들이 저한테도 그래요. 전 심장 엄청 뛰고 있는데 잘 한다고 해서 좀 놀랍기도 해요.
▶지민: 지금 뮤지컬 '메노포즈'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와 함께 공연 보러 와요. 혜은이 선배님, 이영자 김숙씨도 함께 출연하고 있어요.
▶지원: 아! 알어요. 전에 다 같이 나오셔서 홍보하시는 거 봤어요.
▶지민: 갱년기 여성이 겪는 일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거라 딸들이 보면 아주 좋은 작품이에요. 꼭 어머니와 함께 보러 오세요.
두 여배우는 이렇게 다음 약속을 잡고 이날의 짧은 만남을 뒤로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두 여배우는 소탈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마음을 금방 열고 친해졌다. 이날 하지원은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언니를 새로 갖게 됐고, 홍지민 역시 착한 여동생을 하나 얻었다. 두 톱스타는 좋은 인연을 맺어준 스포츠조선에 고마움을 표하며, 창간 20주년을 축하했다.
<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 "곱창 어때요?" "완전 좋아해요" |
| 다음엔 곱창집에서 봐요 |
▶지민: 음식은 뭐 좋아해요? 주로 한식을 좋아하는데 전골 곱창 삼겹살 좋아하거든요.
▶지원: 전 다 좋아해요. 먹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느 것 하나만 맛있다고 할 수 없죠.(웃음)
▶지민: 난 사람들 밥 사주는 거 좋아하는데, 혹시 곱창 좋아해요?
▶지원: 저 완전 좋아해요. 자주 가시는 곳이 어디에요?
▶지민: 구의동에 있는 아무도 모르는 집인데 오만석(배우)도 데려 간 적 있는데 좋아했어요. 사장님이 곱창이 안 좋은 날은 오지말라고 그래요.(웃음)
▶지원: 어! 저 가는 집도 그래요. 곱창 안 좋으면 오지말라고…, 간다고 하면 좋은 거 빼 놓고…. 전 곱창에 와인 같이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지민: 난 복분자 마시는데. 우리가 명색이 여배운데 이렇게 곱창으로 통하는 건가.(웃음)
▶지원: 다음에 언니가 얘기한 그 곱창집 가요. 전 곱창 맛있다는 집은 무조건 직접 찾아가거든요.
▶지민: 너무 자주 가서 곱창집에서 나보고 곱창식당 하라고 했다니까. 진짜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결국 배우로 남았지만….
▶지원: 언니, 전 그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지민: 아무래도 상대 곱창집에 가서 맛대결을 벌여야겠는데요. 다음에 한번씩 가요.
▶지원: 영화 촬영이 4월 5일부터 시작되니까 그전에….(웃음)
< 정리=박종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