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MC몽 흡연 장면'에 분노한 이유는?
기사입력 2008-07-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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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KBS 방송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코너 '1박 2일'에서는 출연자 MC몽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편집 없이 방송돼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장면을 시청하던 많은 네티즌들은 손 빠르게 'MC몽의 흡연장면'을 캡처해 프로그램 해당 게시판은 물론 온라인광장을 통해 게시했다. 이 영향 때문에 방송 직후 'MC몽 흡연'이란 검색어는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렀고, 이에 대한 많은 질타가 쏟아졌다.
네티즌들의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한 시청자로서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저녁 시간에 청소년 정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흡연장면이 편집 없이 노출된 것은 유감이다" "MC몽을 아끼는 팬이다. 하지만, 스태프 및 출연자 등의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던 버스에서 서슴없이 담배를 피운 그의 행동은 보기 민망했다"라는 제작진, 출연자 포함 '1박 2일'측의 망동을 근거로 한 지적은 헛비판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엘리트'의 관점에서 비평을 했다기 보다는 방송에 대한 애정으로 그들의 잘못을 꼬집었다. 이번 사례는 MBC '무한도전', 폐지된 SBS '라인업', KBS ‘1박2일' 등 유행처럼 번진 예능프로그램 '리얼리티'의 부작용을 여지없이 보여준 또 다른 계기가 된 셈이다.
이번 'MC몽 흡연논란'에 대해 제작진 측은 "편집과정에서의 실수였다. 죄송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 관계자는 "연예인도 방송에서 담배 피울 수 있는 것 아니냐.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많은 스타들이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우선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어 주겠다는 '1박 2일'제작진의 필사적인 노력엔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왜 MC몽 흡연에 대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 실수였다'란 말로 문제를 잠재우기에는 10대를 지배하는 TV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방송에 출연한 유명 스타의 악세서리가 청소년들의 핫 아이템이 된다는 단적인 예만 봐도 'TV의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타를 우상시하는 다수 청소년들의 정서를 위해 KBS와 SBS는 지난 2002년부터 드라마에서 흡연 관련 장면을 내보내지 않기로 자체 결의까지 했다. 이미 방송관계자들은 TV 속 흡연장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10대들이 많이 시청하는 예능프로그램에게 더욱 절실한 부분이다. 만약 '1박 2일'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청소년들을 위해 생각했다면 '편집 실수'에 앞서 'MC몽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이 부분에서도 '1박 2일'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힘든 이번 '1박 2일'의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비판 받아 마땅하다.
올바른 미디어 정착을 위한 방송관계자들의 각고한 노력이 절실하다. TV는 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주요한 생활양식이다. 90년대 초반 평균 시청률 5시간에 비하면 현재의 TV 의존도(1일 평균 시청 2시간 미만)는 미약한 수준이라 판단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TV는 사회 구석구석에 편재(遍在)한다.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웃고 울고 때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MBC '무한도전'의 '정준하 기차사건'을 비롯 KBS의 '1박 2일'의 'MC몽의 흡연' 등 최근 예능프로그램 리얼리티의 수준을 보고 있자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상품의 시장논리에서 '흥미'가 '윤리'를 압도한다는 말을 또 한번 공감시켰기 때문이다.
< 이승우 기자 / 조선닷컴 ET팀 scblog.chosun.com/press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