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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투지 덧입히는 일본대표팀, 즐기는 한국대표팀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3-13 19:51


지난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라운드 네덜란드-한국전이 열렸다.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과 쿠바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전을 보면서 일본 경기를 체크하고 있던 일본 방송국 한 PD는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의 젊은 선수들이 과감한 파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일본의 야구선수들은 전통적으로 차분하게 자기 임무를 완수하는 스타일에 익숙하다. 하지만 요즘 일본 대표선수들은 야구대표팀이 상설화 돼 자신들이 일본야구 정상에 있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다. 이같은 입장 변화가 감정 표현을 더 활발하게 만든다는 것, 이 일본인 PD가 영상을 통해 느낀 점이다.

반면 한국은 원래부터 대표팀 경기에 강한 투지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예전 대표선수와는 다른 마인드를 느끼게 하는 선수가 있었다. 대표팀 멤버 중 연소인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22)이다.

네덜란드전에 패한 다음날 만난 김하성은 첫 WBC 출전 소감을 밝혔다. "네덜란드 선수들을 보면 즐기기 위해 장난도 치면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WBC는 야구의 축제니까 즐기면서 좋은 플레이를 해야한다."

지금까지 한국 대표선수들은 강한 정신력과 파이팅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마인드는 그렇지 않다. 요즘 일본의 젊은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다.

이에 대해 대표팀에서 내야수비 파트를 담당한 김광수 한화 이글스 코치(58)는 "김하성은 젊지만 위축되지 않는 성격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대표 선수는 엄청난 부담을 느끼면서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김하성은 신경을 덜 쓰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줄 수도 있다.

또 김하성에게 마인드 뿐만 아니라 유격수로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김 코치는 "김하성이 타팀 선수라서 여러 조언을 주는 입장은 아니다"면서 "네덜란드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29)의 수준 높은 수비를 보고 뭔가 느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시몬스의 장점에 대해 "핸들링의 유연성과 타구에 맞는 조절 테크닉, 또 다음 플레이에 향한 뛰어난 예지 능력이 있다"고 했다. 유격수는 투수, 포수와 함께 센터라인을 잇는 중요한 수비 포지션이다. 메이저리그 유격수의 플레이를 직접 본 게 김하성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김하성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 젊은 세대의 거포 부재에 따른 것이다. 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사용하게 된 2004년 이후 프로에서 20대 초반에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김하성 밖에 없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1년 WBC 땐 김하성을 중심에 두고 타선을 구성해야 한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국대표팀. 이번 결과에 대한 한국내 시선은 아주 차갑다. 두산 오재원(32)은 이 부분에 대해 "처음으로 대표로 뽑힌 선수들에게 부담을 줘 미안하다"고 했다. 반면 김하성은 "승부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책임감은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즐겨야 한다"며 젊은 선수다운 낙관적인 생각을 보여줬다.

한국대표팀이 향후 정신력만 강조할 게 아니라 김하성의 '낙관적인 마인드'를 참조해야하지 않을까.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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