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홍콩 청소년 축구 폭력사건 인종차별 논쟁 비화

기사입력 2012-03-15 21:56:56

홍콩에서 청소년 축구 경기 도중 일어난 폭력사건이 현지에 거주하는 서양인과 중국인 간 인종 마찰로 비화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발단은 지난 주말 ESF(영국학교재단) 라이언스(英基)와 키치 에스콜라(傑志)팀 간 12세 이하 축구경기 도중 시비가 벌어지면서 비롯됐다.

나중에 인터넷에 올린 경기 장면 동영상에서 ESF의 백인선수가 키치의 중국인 선수 머리를 발로 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10세인 라이언스 선수가 키치 선수의 머리를 차는 동영상은 지금까지 5만 번 이상 재생됐고 백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비난이 빗발쳤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이를 본 한 누리꾼은 "이들은 영국인이다. 인간적으로 수치스러운 짓!"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은 ESF의 코치와 주로 백인 선수들을 "짐승"이나 "백인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홍콩 특구정부에 영국어 학교 시설에 대한 보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홍콩 정부는 ESF에 대한 재정지원을 취소하고 '궤일로스(Gweilos ·鬼人+老·서양인을 비하하는 속어로 귀신 혹은 도깨비라는 뜻)'는 당장 떠나라"고 촉구했다.

일부는 이번 사건이 인터넷상에서 인종차별 논쟁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악의적인 행위라고 힐난하는 반면 다른 쪽은 ESF 선수가 발길질을 한 잘못은 있지만, 상대를 해치려 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축구경기를 주최한 ESF와 연관된 회사 측은 변호사에 의뢰,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키치 선수의 한 부모와 연락해 동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SF의 헤더 두 케네 이사장은 15일 선수 부모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이해하며 경찰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 이사장은 또한 키치 선수의 부상을 염려하는 한편 인터넷상 공격적인 댓글이 ESF 라이언스 선수와 그 가족에 불상사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동영상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치축구학교의 켄 응(伍健) 회장은 경찰이 사건에 관한 신문을 했고 동영상의 사본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 회장은 유튜브에 등재된 일부 글의 인종차별 표현을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너무 많을 것을 따지려 하지 마라. 이는 단지 한 소년이 다른 소년에 발길질한 것에 불과하다"며 진정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jianwai@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