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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20·전남)의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행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전남 구단, 명분 확보 위한 물밑 작업
전남 구단의 명분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1일 구단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덜랜드 이적설이 터져나온 데 이어 지난 9일 구단 관계자의 입을 빌린 이적 확정 보도가 먼저 터져나왔다. 선덜랜드와의 계약 전과정에서 구단은 배제된 느낌이었다. 130만달러(약 14억원)의 이적료를 둘러싸고 축구 팬들 사이에선 헐값 논쟁도 뜨거웠다. 올 시즌 정해성 감독 하에 명가재건을 선언한 전남이 안정적 궤도에 들어선 시점에서 시즌 중 팀 에이스를 무기력하게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전남은 전구단 직원의 입단속에 나서는 한편 에이전트, 지동원 측과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350만달러(약 38억원) 이하로는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남 관계자는 "시즌 중에 동원이를 빼가는 건 밥 잘먹고 있는데 어금니를 빼가는 격이다. 향후 시즌 중에 선수를 쉽게 보내주는 것이 나쁜 선례가 될까봐 걱정"이라는 말로 아쉬움과 고민을 동시에 토로했다. '가장 좋은 조건으로 보내주겠다' '마음 떠난 선수를 주저앉히지 않겠다'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지동원을 길러낸 소속팀으로서 주도권을 가지고 선수과 구단, 현재와 미래에 챙길 수 있는 부분을 장시간 고민했다. 지난 3주간 전남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직 협상중이다.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였다. 긴 침묵과 시간끌기는 최상의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상의 결과물을 위해 복수의 구단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350만달러(약 38억원)의 이적료는 그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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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행이 가시화되면서 유럽 구단들의 러브콜이 잇달았다. 충분히 주판알을 튕길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카타르아시안컵에 이어 A매치 가나전에서 지동원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유럽 스카우트들이 관심이 집중됐다. 여름 이적시장이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빅리그 선덜랜드가 눈독 들이고 있는 스타라는 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선덜랜드행을 재고할 수준의 구체적인 제안들이 들어왔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샬케04가 관심을 보인다는 설이 돌았다. 이적료 300만달러(약 32억원)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됐다. 이전에도 여러번 제안이 들어왔던 독일행은 지동원의 지향점이 아니었다. 에인트호벤도 '지동원 전쟁'에 가세했다. 지난 11일 인천전엔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의 마르셀 브란츠 기술이사가 직접 관전하며 지동원의 플레이를 체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후 에인트호벤이 선덜랜드보다 높은 이적료는 물론 유소년 교류 등 구단에게 유익한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히딩크 감독, 허정무 감독 등 지도자들과 친밀한 에인트호벤행이 가져다줄 실리, 박지성 이영표가 거쳐간 안정적인 빅리그 우회로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지동원 영입 전쟁이 불붙자 전남 구단은 에인트호벤과 선덜랜드의 첫번째 오퍼를 되돌려보내며 두 구단에 더 좋은 조건을 요구했다. 수요가 몰리면 시장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선덜랜드가 프로 2년차 지동원에게 애초 제안한 금액의 3배 가까운 350만달러(약 38억원)를 베팅하며 강력한 영입 의지를 표명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지동원의 몫이었다. 유종호 전남 사장도 마지막 순간, 구단의 모든 이해관계를 뒤로 한 채 선수 본인의 손에 선택권을 쥐어줬다. 처음부터 선덜랜드를 바라봤던 지동원과 지동원 아버지는 끝까지 프리미어리그행을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지동원은 4년 전 레딩 유소년 벤치에서 마음고생했던 나날들을 자주 언급했다. 와신상담을 꿈꿔왔다. 아는 길을 굳이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빅리그 정면승부를 택했다. 선덜랜드가 파격적인 이적료를 제시해오면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구단에 대한 마음의 짐도 덜었다. 마음 놓고 꿈과 도전을 선택하게 됐다. "그때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면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도록 하겠다"는 굳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스무살, 대한민국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