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수구지심. 역시 에너지를 주는 고향땅이다.
'삼성 라이온즈'란 수식어가 당연하게 느껴졌던 김상수. FA 시장에서 KT위즈로 팀을 옮겼다.
푸른 피가 흐르던 그가 검은 유니폼을 입고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담뿍 정들었던 옛 팀과 옛 팬들을 만났다. 경기 전 중계진을 만난 김상수는 대구에 KT 유니폼을 입고 선 소감을 묻자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이적 후 시즌 첫 대구 원정 경기였던 26일 삼성전. 1회 2번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김상수는 헬멧을 벗어 3루측 삼성 팬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삼성 팬들은 아낌 없는 기립박수로 김상수를 반겼다. 김상수의 유니폼을 준비한 팬들과 '상수가 어디 있든 항상 응원해'란 스케치북 응원 문구를 손에 든 팬도 보였다. 김상수의 부모님 등 가족들도 경기장을 찾아 익숙했던 3루측이 아닌 1루측 관중석에 앉아 응원했다. 라이온즈 덕아웃 선수들도 박수를 보냈다. 훈훈한 정이 느껴졌던 순간. 김상수도 함박미소를 지은 채 감회 어린 표정으로 3루측 관중석과 덕아웃을 잠시 응시했다. 살짝 먹먹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잠깐의 감상은 타석에 서자 사라졌다. 그는 프로페셔널이었다.
선발 양창섭의 공을 잘 밀어 우중간 2루타성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절친 후배 우익수 구자욱이 전력질주 해 머리 위로 넘어 가는 타구를 낚아챘다. 공교롭게 가장 친한 동생에게 날아온 타구. 구자욱은 타구 처리 후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첫 대구원정. 삼성전 3연패 후 시즌 첫 승의 주인공은 김상수였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5회초 2사 1,3루에서 양창섭과 8구까지 가는 숭부 끝에 142㎞ 직구를 중견수 앞에 떨어뜨렸다. KT가 4대1로 승리하면서 결승타가 됐다. 양창섭-김태군 배터리는 이 타석에서 김상수에게 이례적으로 8구 모두 직구만 던져 눈길을 끌었다. 삼성 왕조 시절의 막내였던 라이온즈의 상징적 유격수 출신. 반가운 대구행에 벌레까지 반겼다.
1-1로 맞선 4회말 2사 1루에서 친한 동생 구자욱 타석에서 유격수 김상수가 갑자기 타임을 요청하고 트레이너를 손짓으로 불렀다. 오른손 검지에 가시가 박힌 듯 불편감을 호소하던 그에게 트레이너가 와서 이물질을 제거해줬다. 갑작스레 벌레에 쏘였다. 다행히 경기를 지속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이례적인 장면까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김상수와 대구팬들에게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