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5호 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이 경기 공식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무리키의 결승골 덕에 마요르카가 짜릿한 승리로 스페인 라리가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이강인을 앞세운 마요르카는 26일(한국시각) 스페인 마요르카 손 모이에서 벌어진 발렌시아와의 라리가 홈 경기서 1대0 승리했다. 이강인의 도움을 받아 무리키가 헤더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친정팀 발렌시아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1골-1도움)를 기록했다. 앞선 발렌시아 원정에선 골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친정팀 상대로 후반 38분 왼발 결승골을 박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를 떠난 지 올해로 두번째 시즌이다. 2021년 8월, 자신의 10대 시절을 다 보낸 발렌시아를 떠났다. 그곳에서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FA가 된 그는 마요르카와 계약했다. 2025년 6월말까지다.
이날 최근 상승세의 발렌시아 상대로 승점 3점을 추가한 마요르카는 승점 47점으로 리그 11위로 도약했다. 이번 시즌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부 잔류를 확정했다. 강등권 마지노선 18위 바야돌리드(승점 38)와의 승점차가 9점으로 벌어졌다. 마요르카는 이제 바르셀로나전(29일) 라요 바예카노전(6월 5일)만 남았다. 이강인과 마요르카에 한방 얻어맞은 발렌시아는 승점 40점으로 13위이지만 강등 위험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18위 바야돌리드와 승점 2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발렌시아는 에스파뇰전, 베티스전이 남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마요르카는 발렌시아 상대로 3-4-3 전형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은디아예-무리키-카데웨어, 허리에 이강인-바바-로드리게스-마페오, 스리백에 코페테-발젠트-하지카두니치, 골키퍼 라이코비치가 나섰다. 이강인은 왼쪽 윙백으로 공격과 수비를 병행했다. 경기 초반에는 밀고 올라오는 상대 윙어를 막는데 주력했다. 공격 보다 수비하기 급급했다. 이강인의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다.
발렌시아가 경기 초반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보였다. 볼점유율을 좀더 높게 가져가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발렌시아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에 두로, 바로 뒷선에 리노-알메이다-로페즈, 수비형 미드필더로 곤잘레스-게라, 포백에 가야-파울리스타-디아카비-코레이아, 골키퍼 마마르다시빌리를 세웠다.
마요르카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은디아예를 빼고 코스타를 투입했다. 그에 따라 이강인은 측면에서 가운데로 이동했다. 허리 중앙에서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 아기레 감독의 이 선택이 주효했다. 후반전 초반에는 치열한 중원 싸움이 벌어졌다. 두 팀 다 수비라인을 올리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중원 공간이 크게 열렸다. 발렌시아는 후반전 19분 결승골(1-0)을 뽑았다. 한번 찾아온 찬스를 살렸다. 이강인의 자로잰듯 한 왼발 크로스를 가운데에서 무리키가 치솟아 헤더로 박아 넣었다. 이강인의 리그 5호 도움(6골)이다.
0-1로 다급해진 발렌시아는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마요르카는 전원 수비로 맞섰다. 이강인은 후반 26분 터치라인 부근에서 환상적인 볼터치와 드리블 돌파를 보여주기도 했다. 발렌시아는 후반 30분 카바니와 마리를 동시에 투입했다. 마요르카도 모를라네스를 조커로 넣었다. 마요르카는 후반 38분 이강인을 빼고 산체스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발렌시아의 우루과이 출신 스타 카바니가 두 번이나 이강인을 밀쳐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강인이 효과적으로 시간을 끌었고, 열받은 카바니가 빨리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라는 식으로 떠밀었다. 발렌시아는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정교함이 떨어졌다. 마요르카가 홈팬들 앞에서 한골차로 승리했다.
스페인 매체 엘데스마르케는 '발렌시아 출신 이강인이 게으른 발렌시아를 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강인의 환상적인 어시스트가 무리키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강인은 윙백으로 경기를 출발했지만 아기레 감독이 그의 위치를 조정해주었고, 그 결정이 게임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평점 7.9점, 무리키 7.3점, 코페테 8.0점, 바바 7.3점, 마페오 7.0점을 주었다. 이강인은 경기 공식 MVP에 선정됐다. 이강인은 경기 종료 후 환하게 웃었다.
승장 마요르카 아기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발렌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강인을 선택했는데 실험이 잘 풀리지 않았다. 전반전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후반전에 훨씬 눈에 띄는 팀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이강인을 윙백으로 사용한 건) 실수를 했다. 우리는 그 포지션에 인원이 부족했다. 마르코스 페르난데스를 넣을 수도 있었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투입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는데 실험이 잘 안됐다. 하지만 후반전에 팀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