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판정 논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 시즌 반복됐던 문제고 심판-선수단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단골소재였다. 고유 권한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만은 결국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단의 문제라는 심판 측의 불편한 시선이 뒤따랐다. 하지만 선수단에선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중에도 크기가 바뀌는 스트라이크존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KBO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타자 신체 조건에 따라 야구 규칙에 정해진 크기를 준수해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심판위원들이 고척에서 쇼케이스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스트라이크존 판정 논란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어진 두산의 2회말 공격. 삼성 선발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는 두산 좌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2B1S에서 바깥쪽 높은 코스의 공을 던졌다. 바로 앞 타석에서 김동주가 안주형을 삼진으로 잡을 당시의 공보다 낮은 코스. 그러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다시 한 번 똑같은 코스에 공을 뿌렸으나 이번에도 결과는 볼, 포수 강민호가 잠시 머뭇했지만 김재환은 판정 번복 없이 볼넷 출루했다.
3~4시간 이어지는 경기 시간 내내 심판이 일관된 집중력을 보여주긴 쉽지 않다. 심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포수들의 재빠른 프레이밍과 정교해지는 투수들의 공, 그라운드 안팎 상황 등 신경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심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정성이 의심받는 건 다른 문제다. 리그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WBC 참패 악재를 딛고 인기팀의 선전 속에 가까스로 흥행동력을 찾은 KBO리그라는 점에서 최근의 논란을 예년처럼 그냥 넘기기 쉽지 않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