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거포 오재일(37)이 긴 침묵을 깨고 승리를 견인했다. 오재일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4차전에서 8회초 쐐기 2타점 적시 2루타로 모처럼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에 7번 타순까지 밀린 50억원 '혜자' FA. 앞선 3타석에서도 삼진 2개 포함, 무안타로 침묵했다.
8회초 삼성이 두산 필승조 정철원을 공략해 빅이닝을 만들었다.
1사 만루에서 7번 타자 오재일이 네번째 타석에 섰다. 아직 두산의 두차례 공격이 남아있음을 감안하면 추가득점이 절실했다.
마운드에는 바뀐 투수 이형범.
"특정 구종을 노리지는 않았어요. 존에 들어오면 무조건 친다고 생각했는데 변화구가 높게 오면서 배트에 걸렸어요."
힘겨운 시즌이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마다 한방씩을 터뜨리는 클러치 능력은 여전하다.
"안 맞는 상황이지만 주자 있을 때는 최대한 내 스윙보다는 그래도 좀 어떻게든 컨택해서 주자를 불러들인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하나씩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슬럼프. 캡틴 오재일과 팀 모두 고민이 컸다.
매년 부진했던 4월 한달간 1할9푼3리의 타율.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5월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이날 전까지 5월 간 43타수5안타(0.116). 시즌 타율이 오히려 1할6푼7리로 떨어졌다.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힘겨운 시간. 부진에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팬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많이 힘들어요. 이럴 때 잘 자는 사람 없겠죠. 스트레스를 풀 건 없고 그냥 일찍 자려하는데 잠은 안 오고…. 오늘은 그나마 좋은 타구 나왔으니까 내일도 잘 되려니 하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일찍 자고 싶어요. 방구석에 혼자 있는 것보다 일부러 야구장에 일찍 나와 팬 여러분들을 보고 하면 그나마 마음이 좀 더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기계는 아니니까 (더워진다고) 무조건 올라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그저 최대한 연습 열심히 하고 있어요."
힘든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한마디. 주장의 완장 무게가 마음의 짐을 더한다.
"어렸을 때 같으면 혼자 힘들고 마는 건데 주장인데 못하고 있으니까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죠. 제가 혼자 힘든 건 뭐 어쩔 수 없는데…"힘들 때 고민을 나누던 친한 친구 이원석도 떠났다. 그 역시 5월 들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늘 붙어 있을 때 몰랐던 친구의 곁. 새삼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원석이 거의 매일 전화 와요. 많이 외로워 하더라고요."
많은 것을 이룬 대스타에게도 불면의 밤을 안기는 야구.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야구, 참 어렵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