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롱릴리프로 출발한 임찬규는 부상으로 빠진 이민호의 대체 선발로 나서 꾸준히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급기야 23일 공동 1위로 만난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서 6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의 엄청난 피칭을 보였다. 올시즌 선발로 6경기에 등판했는데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은 1.47에 불과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LG 선발 중 가장 잘던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부진했다. 2021년엔 단 1승만 거뒀고, 지난해엔 6승11패에 평균자책점이 5.04였다. 솔직히 6이닝은 바라지도 않고 5회까지만 버텨주길 바라는 투수였다. 그래서 올시즌은 선발 자리도 후배들에게 뺏겼다.
먼저 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 구속을 버렸다. 임찬규는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피치 터널로 직구와 변화구의 구분이 쉽지 않게 하면서 제구력으로 승부를 했었다. 그런데 2021년에 구속이 빨라지면서 임찬규의 피칭도 빠른 직구 위주로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장점을 없애버렸고,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올시즌 자신의 컬러를 확실하게 잡았다. 염 감독과 상의를 하며 피치 디자인도 바꿔 몸쪽 체인지업 비율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하게 됐다. 구속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23일 경기에선 최고 147㎞를 찍었다. 구속이 빨라졌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공을 던졌다.
보직에 대한 생각도 버렸다. 임찬규는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후보로 경쟁을 할 때부터 선발에 집착하지 않았다. 팀내 베테랑으로서 선발로 꾸준히 던졌던 임찬규지만 자존심보다는 공을 더 잘던지는 것에마 집중했다. 임찬규는 23일 경기 후에도 "당장 불펜으로 가라면 불펜으로 갈 수 있다. 불펜에서 또 3이닝씩 던지면서 보여주면 된다"면서 "(이)민호나 어린 좋은 투수가 나오면 내가 또 중간에서 힘이 돼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팀이 필요한 자리를 내가 메우는 게 내 가치도 높이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보직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다시 그는 국내 에이스가 됐다. 상대의 국내 에이스나 외국인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대체선발, 5선발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 자리에서도 지금까지 던졌던 것처럼 피칭을 이어나간다면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