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콜드게임을 막은 1⅓이닝 무실점 역투. 하루 휴식 후 체코전 4⅔이닝 무실점 쾌투.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비극으로 끝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최고의 투수였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매체들도 한국의 또다른 에이스로 주목했을 정도다. 드러난 성적 뿐 아니라 잘 관리된 컨디션에서 뿜어져나오는 구위가 눈부셨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투수 몇명 나오는지 보시라"고 간명하게 답한 바 있다. 박세웅의 의견이 궁금했다.
이날 불펜에서 무려 50구를 던졌다. 박세웅은 "오늘 선발등판했다는 느낌으로 던졌다. 몸상태는 100%다. 일부러 투구수를 좀 많이 했다. 느낌도 좋았고 공도 괜찮았다. 투구 밸런스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체코전 이후 등판은 없었지만, 캐치볼은 꾸준히 했다고.
이른바 '혹사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체코전 선발에 대해서는 일본전 때 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세웅은 "몇 구 정도에 끊으면 체코전 선발 가능할까? 하시길래 '그냥 괜찮습니다' 말씀드렸다. 또 감독님은 믿고 선발로 내주셨다"면서 "일본전을 실제 타자들 상대로 불펜피칭하듯이 한번 던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체코전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등판이 선발이면 체코전 때 좀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전을 뛰어서 체코전에)훨씬 마음이 편했다"고 강조했다.
"WBC는 또한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적이 아쉽다보니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죄송스럽다. 다음 대회 때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내가 못 던지고 팀이 이기면 나 혼자 기분 나쁘면 되는데, 내가 잘 던지고 팀이 지면 진 거니까. 더 많은 사람이 기분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날 현장관중은 4만 6000명이 넘었다고. 박세웅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진 거 같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좀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공을 던지는 계산도 잡힌 것 같다"고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