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훔쳤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선발등판한 16일 이탈리아와 2라운드 8강전의 TV 시청률이 48%(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열린 1라운드 한일전(44·4%)을 넘어 역대 WBC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대표팀의 5경기 모두 시청률 40%를 넘었고, 전 경기 4만명이 넘는 만원 관중이 입장했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소개하며 한 미국 데이터전문업체가 '완전히 미쳤다'라는 표현을 동원했다고 일본언론이 소개했다.
일본대표팀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라운드 4경기, 8강전까지 5연승을 거뒀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로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오타니와 '에이스' 다르빗슈 유(36·샌디에이고),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오카모토 가즈마(27·요미우리) 등 국내외에서 활약중인 최고 스타선수들이 매경기 스토리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타니의 존재감이 크다.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스타 오타니가 야구만화에서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활약을 일본에서 재현했다. 그는 타자로 전 경기에 나서 타율 4할3푼8리, 1홈런, 8타점을 올렸다. 1라운드 첫 경기인 중국전에 투수로 선발출전해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이탈리아와 8강전에선 시속 164km 광속구를 던졌다.
오타니는 WBC 출전이 처음이다. 2017년엔 대표에 선발됐으나, 부상으로 사퇴했다. 그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일본에서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6년 만에 일본 관중 앞에서 뛰었다.
오타니와 다르빗슈는 홋카이도 삿포로에 홈구장을 둔 니혼햄 파이터스 출신이다. 니혼햄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또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대표팀 감독은 오타니가 신인으로 입단해 미국에 진출한 시기에 니혼햄을 지휘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