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강팀'으로 갈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석석듀오'의 활약이다. 곽승석(35)과 정지석(28)은 공격과 수비 모두 높은 수준의 기량을 뽐내면서 대한항공의 전성기를 열어갔다.
1위가 확정되고 컨디션 관리에 돌입한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백업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
정지석과 곽승석을 대신해서는 이 준(24)과 정한용(22)이 들어갔다. 홍익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그는 2021~2022 V-리그 1라운드로 입단했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 트레이드로 1라운드 지명권 한 개를 추가로 가지고 있었고, 차례로 정한용과 이 준을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팀 순위가 확정되면서 이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선배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모두 쏠쏠하게 제 역할을 했다. 정한용은 코트에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치기 전까지 10득점 공격성공률 50%를 기록했고, 이 준도 꾸준하게 리시브를 받아올렸다.
이들의 활약을 앞세워 1,2세트를 내리 잡았던 대한항공은 우리카드의 거센 반격에 3,4세트를 넘겨줬고, 결국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잡았다.
이 준과 정한용 모두 아쉬움과 설렘이 가득한 채 경기를 마쳤다. 이 준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경기를 했는데, 이겨서 좋았다. 생각했던 기량이 나오지 않아서 다음에 들어갈 수 있으면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했다.
정한용 역시 "초반에 스타팅으로 뛰었는데 교체돼서 아쉬웠다. 뛴다고 했는데 팀에서 말렸다. 그래도 이겨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팀에 따라서는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탄탄한 팀 전력에 기회가 적은 게 아쉬울 법도 했지만, 이들은 "많은 경기를 못 뛰어서 아쉽긴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을 보면서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형들은 기회를 많지 받지 못하는 동생들의 '멘털 관리'를 해줬다. 정한용은 "많이 힘든 적도 있었지만, 형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멘털을 잡았다. 비시즌 때 잘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준 역시 "비시즌이나 운동을 시작할 때 먼저 나와서 리시브를 받는데 (곽)승석이 형과 (정)지석이 형이 리시브나 공격적인 면에서 많이 가르쳐주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웃었다.
정지석과 곽승석. 이들의 롤모델은 누굴까. 정한용은 "디펜스적인 면은 (곽)승석이 형이 좋으셔서 그 쪽으로 많이 보고 배운다. 또 공격과 서브 블로킹 이런 건 (정)지석이 형을 본다"고 '공평한'(?) 답을 내놨다. 반면 이 준은 "외관적으로 보면 서브나 블로킹 등에서 정지석이 형이 좋지만, 승석이 형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공격보다 승석이 형의 그런 살림꾼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들도 자신있게 내놓은 장점도 있었다. 정한용은 "서브도 형들과 비벼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리시브도 전체적인 면에서도 부족하지만 오버 리시브나 빠른 리시브 쪽으로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 준은 "대한항공의 플레이가 빠른데 발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빠른 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들 모두 미래의 주전 선수를 꿈꿨다. 정한용은 "경쟁을 해야겠지만, 미래에는 한 자리에서 뛰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이 준 역시 "아직 시간은 많다. 그 시간동안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교 때처럼 (정한용과) 함께 할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먼 미래는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