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주장 마이크 트라웃이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진 적이 있을 지 모르겠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트라웃은 우승을 다투는 단기전 경험이 2014년 디비전시리즈 한 번 뿐이다. LA 에인절스가 이후 작년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니, 트라웃에게 즐거움이란 남의 이야기처럼 간접 경험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WBC에서 트라웃은 차원이 다른 행복감에 젖어있다.
푸에르토리코 에드윈 디아즈가 도미니카공화국전 승리 직후 동료들과 격하게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을 다친데 대해 자신도 느끼는 '흥분감(exhilaration)'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트라웃은 이번 WBC 미국 대표팀에 첫 선발된 선수다. 지난해 7월 토니 리긴스 대표팀 단장이 연락을 해와 대표팀 주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수락한 뒤 무키 베츠, 폴 골드슈미티 등 친한 메이저리그 동료들에게 함께 참가하자고 설득했을 정도다.
로젠탈 기자는 '미국은 수요일(현지시각) 밤 트라웃의 맹활약으로 콜롬비아를 3대2로 꺾어 오는 일요일 마이애미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8강전을 치른다'며 '미국 선수들의 행복감이 이번 대회의 한 주제라면, 그들의 트라웃에 대한 존경은 또 다른 주제'라며 격찬했다.
로젠탈 기자는 '트라웃처럼 아레나도 역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후보지만, 미국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는 트라웃을 최고 중의 최고 이상으로 차원이 다른 존재로 본다. NBA 스타들이 마이클 조던을 바라봤던 것과 다르지 않다'며 최고의 극찬을 쏟아냈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도 트라웃에 대해 "나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보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트라웃의 리더십도 칭찬을 받는다. 첫 경기 멕시코전을 앞두고 타자들 미팅을 주재하면서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고 다독였고, 데로사 감독에게는 "라인업 짤 때 너무 고민하지 마시라"는 말도 전했다는 것이다.
트라웃은 C조 리그 4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 3득점, OPS 1.421을 마크했다. 만약 미국과 일본이 함께 결승에 올라간다면, 오타니 쇼헤이와 대회 MVP를 다툴 공산도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