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라운드 탈락 뒤 야구계 안팎에서 쇄신 목소리가 거세다. 지도자-선수, 관계자 및 전문가들 모두 한 목소리로 반성과 쇄신을 노래하고 있다. 짧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도태되고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 한국 야구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저마다 이야기 한다. KBO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하면서 KBO리그 경기력 및 대표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WBC를 계기로 정말 한국 야구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이런 목소리를 수렴해 이뤄진 변화. 제대로 이뤄진 건 없었고, 결과는 참사의 반복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또 뭘 바꿔야 할까.
바꾸기 전에 제대로 지킬 준비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일시적으로 운영되던 대표팀 문제가 그렇다. 구성부터 운영, 지원, 대회 목표까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지 정립할 수 있는 기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앞서 여러번 지적된 일본 야구 대표팀의 '사무라이 재팬' 브랜드를 참고할 만하다.
이번 WBC 실패 뒤 쏟아졌던 야구계 인사들도 '작심비판'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마추어 위기, 프로 기량 저하를 직접 개선하기 위해 발로 뛰고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대안과 행동 없는 비판은 그저 인신공격성 비난이자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대대적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은 어쩌면 한국 야구가 우물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없다면, 참사는 또 반복될 것이다.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라는 타이틀도 옛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