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은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낙점한 인물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인정했다. 물론 이제와서 다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2배수든, 3배수든, 감독 후보가 결정되면 최종 선택은 어차피 정 회장의 몫이다. 결국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기대는 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월클' 공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래서 그럴까. 첫 만남에도 묘한 기시감이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 또한 여유와 미소를 숨기지 않았고, 자신감도 풍겼다.
자신과 동행하는 외국인 코치진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등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도 느껴졌다. 만약 거짓 혹은 변명으로 일관한다든가, 지키지 못할 현실과 동떨어진 공수표를 던졌다면 더 큰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다. 곡선 대신 직선을 선택한 클린스만 감독의 이야기는 귓가를 솔깃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을 끝으로 카타르월드컵도 서서히 지워나가야 한다. 뭐든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게을리하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단기적으로는 2024년 카타르아시안컵 우승, 장기적으로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4강을 목표로 내걸었다. 목표는 높을수록 좋지만 쉽지는 않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은 64년 전인 1960년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월드컵 4강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나는 북중미 대회에서는 32강부터 토너먼트다. 그래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국가대표는 축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은 클린스만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클린스만의 황태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 축구는 더 풍성해진다. 6월 A매치에는 조금은 변화된 그림도 내놓아야 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이나 다른 K리그 선수들 등 모두가 어디에 있든 우리의 목표를 이해시키고 동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목표를 정의하고 선수들과 함께 이겨나갈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한국 축구에서 A대표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조규성(전북)이 지난해 K리그 득점왕에 올랐지만, 그는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독일 출신의 클린스만 감독은 한 시도 그 영향력을 잊어선 안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