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막혀 63명 여객선 이용 첫 단체 영주 귀국…"좋습니다" 반복
31일 27명 추가 입국…서울·경기·인천·부산 등 1세 거주지서 생활
(동해=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고향 땅을 밟으니 아주 좋아, 말할 것도 없이."
17일 강원 동해항에서 만난 사할린 동포 1세 이청자(86) 할머니는 고국 땅을 밟은 소감을 이렇게 반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혀 애를 태웠던 영주귀국 사할린 동포들이 17일 처음으로 뱃길을 통해 동해항으로 입국했다.
영주 귀국 지원 대상자들이 단체로 뱃길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작년 9월 우리 정부의 영주 귀국 지원 대상자 350명에 선정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하늘길이 끊긴 탓에 고국 땅 밟기를 학수고대하던 사할린 동포 1세와 동반 가족들이다.
오는 31일에는 27명이 추가로 한국에 들어오며 나머지 54명도 순차적으로 개별 입국할 예정이다.
이날 입국한 63명 중 사할린 동포 1세는 4명, 2세가 59명이며, 최고령자는 1935년생이다.
사할린 동포들은 오랜 시간 뱃길에 다소 지치고 고령으로 몸이 다소 불편한 듯했지만, 고국을 찾은 기쁨은 숨기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입국한 최고령자 이청자(86) 할머니는 아들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안산에서 살게 된다. 고국에 돌아오니 마음이 상쾌하고 기쁘다"며 "정말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환영 행사를 마친 사할린 동포들은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사할린 동포 국내 1세 거주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이날 입국한 사할린 동포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직원 6명을 배치해 귀국을 도운 대한적십자사는 이들의 한국 생활 적응·정착을 위한 지원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에 강제 징용됐지만, 1945년 8월 해방 후에도 냉전체제가 지속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인과 그 후손들이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영주 귀국을 지원해 왔다.
2021년부터는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영주 귀국에 필요한 항공운임 일부와 초기 정착비, 임대주택 등을 지원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yoo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