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즌 중반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복귀했던 당시, 문승원의 머리는 장발이었다. 그리고 그는 재활 프로그램을 갓 끝난 선수답지 않게, 150km에 가까운 빠르고 묵직한 공을 뿌리면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구위가 워낙 좋았다. 당시 불펜 뒷문 고민이 있었던 김원형 감독은 고민 끝에, 복귀 직전 문승원에게 불펜으로 남은 시즌을 뛰어줄 것을 부탁했고 선수도 수락했다. 그리고 그는 선발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첫 경험에 나섰다.
좋은 날도, 안좋은 날도 있었다. 마무리 투수, 그것도 1위를 달리면서 우승을 노리는 팀의 뒷문을 틀어막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부담감이 큰 일이었다. 시즌 후반기에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렀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났던 문승원은 김원형 감독과 아내에게 타박(?)을 듣기도 했다. "야구가 잘 되고 있었는데 왜 머리를 잘랐냐"는 애정이 담긴 타박이었다. 그래서 다시 머리를 기르기도 했지만, 결국 "관리가 어렵다"며 깔끔하게 자르고 캠프를 위해 출발했다.
아직 올 시즌 보직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SSG는 문승원과 박종훈의 가세, 오원석의 성장으로 선발진이 넘쳐난다. 6선발도 가능한 상황. 이미 경험이 있는 문승원이 다시 불펜으로 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나오는 이유다. 문승원은 "아직 감독님과 이야기 자체를 못했다. 보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저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수술 후 만 2년이 가까워진다. 문승원은 "작년에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5.11)였다. 작년보다는 당연히 좋기를 바란다"면서 "작년에는 던지다 팔이 아파도, 더 아프려고 더 세게 던졌다. 그게 다음날 타격이 오니까 많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2년 차가 되니까 그럴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