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오지영, 친정팀 경기 출전 불가 논란…"공정성 위배"(종합)

2023-01-24 11:30:35

[연합뉴스 자료사진]


페퍼-GS칼텍스, 트레이드 과정서 '전 소속팀 상대 경기 출전 불가' 조항 삽입
KOVO "선수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개선점 모색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가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오지영(35)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전소속팀 상대 경기 출전 불가' 조항을 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홈 경기에 오지영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트레이드 과정에서 양 구단이 해당 조항을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구단이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지난달 26일이다.

당시 개막 후 16연패에 빠졌던 페퍼저축은행은 2024-2025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는 대신 GS칼텍스에서 뛰던 오지영을 영입했다.

GS칼텍스는 논의 과정에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오지영을 올 시즌 남은 GS칼텍스전에 투입하지 않는다'라는 출전 불가 조항 삽입을 요청했고, 페퍼저축은행은 이에 응했다.

공개되지 않았던 세부 조항은 트레이드 후 첫 맞대결이 열린 23일 알려졌다.

오지영은 양 팀 합의에 따라 자의와 관계없이 23일 GS칼텍스전을 뛰지 못했다. 올 시즌 남은 두 차례 GS칼텍스전에도 나서지 못한다.

양 구단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위배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GS칼텍스 관계자 역시 "트레이드의 균형적인 측면에서 해당 조건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배구 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엔 KOVO 사무국과 두 구단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팬은 KOVO 자유게시판에 "트레이드 조항으로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는 건 공정성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주장처럼 해당 조항엔 문제가 있다.

먼저 '특정 선수 출전 불가 조항'은 리그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오지영은 구단의 사적 계약에 따라 3경기 출전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울러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개인 기록 타이틀 경쟁 등 선수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했다.

오지영이 해당 조항을 인지하고 트레이드를 받아들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트레이드 조항이 만연할 경우 순수한 경쟁 환경은 외부 요인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또한 특정 선수의 특정 경기 출전 불가 조항이 정상적인 계약 조항으로 인정받는다면 다양한 형태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가령 트레이드를 하면서 해당 선수를 순위 싸움을 펼치는 특정 팀과 경기에만 투입하게 해달라는 비상식적인 주문도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배구인은 "그동안 프로배구계에선 비슷한 조항이 들어간 트레이드가 암묵적으로 발생했다"며 "프로배구 발전과 선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지영 트레이드는 무엇보다 프로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수의 경기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

정상적인 프로 스포츠 리그라면 트레이드 시 특정 경기 출전 불가 조항은 인정하지 않는다.

프로배구처럼 임대 선수 제도가 있는 축구계도 마찬가지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임대 선수를 원소속 구단과 경기에서 제외하는 계약 규정을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엄중하게 제재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2020년 FIFA의 판단에 따른다면서 상무 선수들이 원소속 구단을 상대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일각에선 임차된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 경기를 치르면 태업하거나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FIFA 등의 생각은 다르다.

각종 위험 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구단 간 사적 계약으로 선수 기용에 간여하는 일을 막는 이유가 있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UEFA는 2014년 관련 내용에 관해 "스포츠 순수성 유지는 우리의 근본 원칙"이라며 "선수의 소속 구단이 아닌 다른 어떤 구단도 출전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KOVO는 오지영 트레이드 당시 GS칼텍스전 출전 불가 조항 삽입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KOVO는 24일 오전 "선수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구단들과 상의해 개선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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