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짜릿한 질주" 충북인피니티,휠체어럭비리그 초대챔피언X3관왕! MVP 이성희

2022-11-22 21:49:59



"휠체어럭비의 매력이요? 살아 있단 느낌이죠. 몸은 엄청 힘들었지만 너무 좋았습니다."



20일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2년 전국휠체어럭비리그 결승전, 우승과 함께 MVP 영예를 거머쥔 '충북인피니티 에이스' 이성희가 벅찬 소감을 전했다. 휠체어 바퀴를 씽씽 달려 엔드라인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상대의 찬스를 범퍼카처럼 쾅쾅 부딪쳐 온몸으로 막아서더니, 어느새 공간을 파고든 동료를 향해 킬패스로 '트라이'를 합작해 내는 장면이 짜릿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022년을 장애인 스포츠리그 활성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단체종목의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리그를 통해 경기 횟수를 늘리고,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였다. 올해 5억원의 예산이 내년엔 13억원으로 늘었다. 리그 확대를 향한 정책 의지다. 올해 기존 KWBL 휠체어농구리그에 동계종목인 휠체어컬링, 시각장애인 종목인 골볼, 중증장애인 종목인 휠체어럭비리그가 나란히 출범했다. 대한장애인럭비협회는 지난 8월13일 구미서 경상권 리그를 시작으로 '2022년 전국휠체어럭비리그' 개막을 알렸고, 수도권, 충청권 리그를 이어갔다. 충남래피드RC, 인천가스트론, 고양시불스가 4~6위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구미아틀라스, 서울우림맨테크, 충북인피니티의 준결승전에 이어 이날 결승전으로 리그 초대 챔피언이 가려졌다.



▶신구 조화 빛난 충북인피니티 리그 초대 챔피언

뜨거웠던 결승전, 올 시즌 울산전국체전, 구미컵에서 잇달아 우승한 충북인피니티는 '절대 1강'다웠다. 전날 2-3위전에서 구미아틀라스를 48대44, 4점차로 꺾고 올라온 서울우림맨테크를 상대로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1피리어드 13-9, 2피리어드 27-18, 3피리어드 39-28, 마지막 4피리어드를 48대38로 마무리했다. '국가대표 캡틴 출신 베테랑' 이성희와 '2003년생 막내' 김동성(19)의 눈빛 호흡이 일품이었다. '베테랑' 이성희가 18개의 트라이, '막내' 김동성이 15개의 트라이에 성공하며 리그 초대 우승과 함께 시즌 3관왕 위업을 썼다. 이성희는 선수단 투표와 경기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진 시상식, 충북인피니티가 '준비된' 우승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뜨겁게 환호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달리는 'MVP' 이성희의 첫 우승 소감은 "두 딸 이다현(6), 다솔(3) 사랑한다!"였다. 2007년 휠체어럭비에 입문한 그는 필리핀 유학 후 2015년 귀국,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년엔 뉴질랜드 리그에서 활약하며 캔터베리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까지 국대 주장을 도맡았던 '에이스'다. 그는 "지금도 난 스스로 '휠체어럭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믿는다. 국가대표 꿈도 여전한데, 나이 탓인지 기회가 없다"며 변함없는 열정을 표했다. 3관왕에 만족하지 않았다. "내년엔 전국체전, 구미컵 3연패, 리그 2연패가 목표다. 더 치열한 경기,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린 국대 후배' 김동성 얘기엔 미소가 번졌다. "참 잘하는데 앞에선 칭찬을 잘 안해주는 편이다. 동성이가 날 포함한 선배들을 뛰어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동성은 "2017년 다친 후 2020년 휠체어럭비를 시작했다. 몸싸움도 있고, 팀스포츠인 만큼 팀워크로 승리했을 때 쾌감이 엄청나다"며 휠체어럭비의 매력을 전했다. "(이성희)선배님과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며 웃었다. 목표도 또렷했다. "2.0포인트(등급분류) 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패럴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선수권 등 세계 무대에도 나가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문대호 충북인피니티 감독은 3관왕 비결을 묻자 "국대 출신 좋은 선수들이 주4회 하루 4시간 이상 성실하게 훈련해왔기 때문"이라고 즉답했다. "선수들이 우승 후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긴 일정 속에 부상자 한 명 없이 완벽한 무패로 우승한 점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 국내 최초의 휠체어럭비 실업팀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지마비 중증장애인 위한 '휠체어럭비리그' 성과는?

휠체어럭비는 경추 손상, 중증 사지마비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다. 김윤호 대한장애인럭비협회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 선수들의 기초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끊임없이 공수 전환이 이어지는 종목이라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중증장애인들이 체력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라면서 "휠체어럭비에서 체력을 단련해, 휠체어육상, 휠체어농구, 양궁, 사격으로 간 선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무자가 바라본 첫 휠체어럭비리그의 효과는 어땠을까. 김 국장은 "40경기 넘게 경기수가 늘면서 선수들이 힘들긴 했지만 경기력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운영면에서도 심판 역량과 운영 능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내년엔 1부 6개팀, 2부 4~5개팀을 운영해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도 도입할 계획"이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날 현장엔 양충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이 킥오프부터 마지막 시상식까지 시종일관 함께했다. 양 총장은 선수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휠체어럭비리그에서 8월부터 4개월간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치하한 후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앞으로도 휠체어럭비가 리그전을 통해 경기력을 올리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배 대한장애인럭비협회장(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역시 "최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우리 종목은 정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지원에 힘입어 휠체어럭비리그 첫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 "2주에 한번 경기하는 강행군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선수들께 감사하다"면서 "내년엔 실업팀 육성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4개월의 대장정을 완주한 서로를 향한 갈채와 함께 뜨거웠던 첫 휠체어럭비리그가 성료됐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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