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무게 3분의 1에 달하는 촌충 달고사는 큰가시고기 사연

2022-09-09 08:09:17

[Natalie Steine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몸길이가 최대 11㎝까지 자라는 '큰가시고기'는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에 달하는 '촌충'을 달고 산다. 약 60㎏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으로 따지면 20㎏이 기생충 무게인 셈이다. 원래 바다에 살던 어류였지만 1만2천 년 전 민물에 적응하면서 담수어에 가장 흔한 촌충에 시달리고 있다.
큰가시고기 복부에 침입한 촌충(Schistocephalus solidus)은 점점 성장해 숙주 몸무게의 30%까지 차지하게 되는데, 같은 큰가시고기 종이지만 일부는 섬유증과 염증 등의 격렬한 면역반응을 통해 복부에 반흔(瘢痕·흉터)조직을 많이 만들어 촌충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다른 일부는 거의 흉터를 만들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대처한다.
매디슨 위스콘신대학 생물학자 제시 웨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큰가시고기의 기생충 면역반응 차이를 분석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과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캐나다 밴쿠버섬 로버츠호와 고슬링호에 서식하는 큰가시고기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로버츠호 큰가시고기는 적극적으로 반흔조직을 만들어 촌충의 성장을 억제하지만 고슬링호 큰가시고기는 그대로 방치하는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로버츠호 큰가시고기 암컷의 번식 성공률이 현저히 낮은 결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반흔조직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가려내고, 반흔조직이 로버츠호 암컷의 번식률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두 호수의 큰가시고기를 단순 비교하면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두 호수의 큰가시고기를 교배해 유전자가 반씩 섞인 잡종을 만들고 다시 잡종 간 교배를 통해 2세대 개체를 키워 촌충에 노출시켰다.
그 뒤 반흔조직이 많은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의 게놈을 비교해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유전자를 가려냈으며, 이중 가장 활성화된 유전자가 쥐에서 반흔조직을 만드는 유전자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류와 쥐가 같은 방식으로 반흔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놀라울 수 있으나 면역체계를 통해 조절되는 반흔조직은 인간까지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연구팀은 로버츠호와 고슬링호에 원래 서식하던 큰가시고기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반흔조직을 거의 만들지 않고 방치하는 고슬링호 큰가시고기에서 최근에 이 유전자가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촌충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흉터조직을 만드는 대신 참고 살도록 진화적 압력이 지속해서 가해졌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촌충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반흔조직을 많이 만든 큰가시고기는 암컷의 번식 성공률이 80%나 떨어지는 비용을 치르지만 촌충 자체는 큰가시고기를 둔하게 만들어 새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높일지언정 번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코네티컷대학 생물학 교수 댄 볼닉 박사는 "이는 야생과 실험실 상황 모두에서 (기생충 저항력이 갖는) 커다란 적응 비용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논문 중 하나"라고 했다.
면역 전문가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로웰 매사추세츠대학의 나탈리 스타이넬 조교수는 "개체군 내와 개체군 간에 존재하는 면역체계의 다양성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어류를 통해 면역과 병원체 간 공진화 문제를 다뤘지만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도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질환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면역반응이 가져오는 혜택과 비용의 균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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