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두 레전드가 후반기 들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 명은 올겨울 대박을 터뜨릴 기세지만, 다른 한 명은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전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후자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다. 나이는 1983년 2월생인 벌랜더가 1988년 3월생인 커쇼보다 5살 위다. 둘은 5일(한국시각) 나란히 선발등판해 다가올 겨울 운명을 예고하듯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2021년을 통째로 쉰 벌랜더는 지난 겨울 휴스턴과 FA 협상을 하면서 올해 연봉 25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2023년 2500만달러의 선수 옵션을 걸었다. 그런데 조건이 붙었다. 130이닝을 채워야 선수 옵션이 생긴다는 내용. 벌랜더는 이날 경기 후 "지금 130이닝을 목표로 던지는 건 아니다. 계약할 때 구단은 130이닝에 선수 옵션을 걸기를 원했다. 난 그냥 조건없는 선수 옵션(straight player option)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단 입장이 단호했고, 그렇게 계약을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건강하다면 공평한 수치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선수 옵션은 말 그대로 선수의 선택 사항이다. 벌랜더는 옵션을 포기할 공산이 크다. FA 시장의 유혹을 외면할 리 없다. 수많은 구단들이 사이영상 투수에게 달려들 것이다. 지난 겨울 맥스 슈어저가 3년 1억3000만달러에 뉴욕 메츠와 계약한 사례를 그대로 떠올리면 된다. 내년 만 40세가 되는 벌랜더는 건강에 대한 확신이 있다.
커쇼는 경기 후 "5회에 허리에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던질 수가 없었다. 허리에 문제가 다시 생겼다. 의사는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얘기하자고 하더라"고 밝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투수가 경기에서 스스로 빠진다면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다. 허리가 아팠던 점을 감안하면 검사 결과를 봐야 내용을 알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결과가 심상치 않을 수도 있다. 커쇼의 허리는 2016년 여름부터 골칫거리가 됐다. 이후 허리 부상으로만 4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시즌에는 지난 5월 천장 관절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한달 만에 돌아왔다.
커쇼가 지난 겨울 다저스와 FA 협상을 지리하게 끌고 가자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은퇴'를 언급했다. 결국 양측은 1년 1700만달러, 선발 경기수에 따른 인센티브 최대 5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진짜 유니폼을 벗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