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45)는 '후배' 손흥민(30·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EPL) 등극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EPL에서 23골을 폭발시키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과 함께 공동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4위팀에서, 그것도 PK골 하나 없이 순수 필드골로만 달성한 대기록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EPL 득점왕에 오른 것은 손흥민이 최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EPL에서, 축구의 변방인 아시아의 한국에서 온 청년이 내로라하는 유럽과 남미의 슈퍼스타들을 따돌리고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그만큼 예상치 못한 대사건이었다.
찬란한 과거는 이제 역사로 사라졌다. 손흥민도 "다시 0에서 시작한다. 지난 시즌에 많은 것을 이뤘지만, 벌써 다 없어졌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걷는 길마다 새로운 역사를 쓴 손흥민은 이제 또 한번의 전인미답의 고지에 도전한다. 득점왕 2연패다. EPL 역사에서 득점왕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단 6명(살라, 해리 케인, 로빈 판 페르시, 티에리 앙리, 마이클 오언, 앨런 시어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손흥민에게 골을 기대할만한 찬스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한칸 내려서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케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고 있다. '손-케 듀오'는 자타공인 'EPL 최고의 공격 콤비'다. 이미 EPL 역사를 썼다. 첼시 전설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파드가 갖고 있던 EPL 최다골 합작 기록을 넘었다. 현재 41골을 합작 중이다. 새 시즌 들어 둘의 호흡은 더욱 원숙해지는 모습이다. '손-케 듀오'는 올 여름 토트넘이 치른 프리시즌 4경기에서 7골-3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는 케인 외에도 도움을 기대할만한 선수가 늘어났다. 스리톱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히샬리송은 이미 검증된 공격수고,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는 손흥민이 보다 중앙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선수다. 이브 비수마, 제드 스펜스 등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다. 토트넘 입성 후 기대득점에 비해 무려 30골 이상의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탁월한 결정력을 자랑하는 손흥민인만큼, 주변 선수들의 업그레이드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살라와 '최고의 동료이자 라이벌' 케인은 여전히 경계대상 1호다. 살라와 케인은 이번 2022~2023시즌 통산 4번째 득점왕을 노린다. 유럽 베팅 업체들은 홀란드를 득점왕 1순위로 꼽고 있는 가운데, 살라, 케인, 손흥민, 누녜스 순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스널 이적 후 프리시즌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가브리엘 제수스, 꾸준한 득점력을 보이는 '노장'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는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