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첫 경험자. 줄줄이 잘해주고 있지만 완주하기엔 힘에 부친다. 그래서 또 한번 바뀌었다. 이번에는 홀드왕 김재웅(24)이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10차전에 앞서 "불펜에 활력을 주기 위해 고심 끝에 변화를 줬다"며 "현재 수치상 가장 좋은 투수가 마무리를 맡는 게 맞다고 생각해 김재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보직 변경 첫날인 3일 고척 SSG전. 곧바로 세이브 기회가 찾아 왔다.
3-0으로 앞선 9회초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고난은 끝이 아니었다. 한유섬을 7구째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1루.
박성한의 진루타와 최근 뜨거운 김강민의 고의 4구로 1사 1,2루. 이제 안타 하나면 동점을 내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김재웅은 침착했다. 대타 김성현을 빠른 공으로 좌익수 뜬공, 이재원을 체인지업 승부로 땅볼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과정은 힘겨웠지만 결과는 행복했다. 최근 4연패와 SSG전 5연패를 끊어내는 소중한 마무리였다.
지난해 4월11일 사직 롯데전 데뷔 첫 세이브 이후 무려 479일 만에 추가한 통산 두번째 세이브. 앞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마무리 역사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김재웅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기고 있어서 막자는 생각만 했다. 마무리 투수로 올라왔지만 팬들의 응원소리가 커진 것 외에는 8회 등판과 같았다. 무사 1루에 주자를 더 쌓으면 안될 것 같아 빠르게 승부를 하려다 홈런을 맞았다. 이후에는 추가실점 하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어렵게 승부를 가져갔고 결과가 좋았다"며 나름 계산된 과정 속에 나온 결과였음을 암시했다.
27홀드로 생애 첫 타이틀을 눈 앞에 뒀던 김재웅. 아쉬움을 없을까.
그는 "솔직히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며 "감독님께서 한단계 상승한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마무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던지겠다. 그리고 앞으로 마무리로 나가는 모든 경기를 이겼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긍정적이고 담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할 재목이다.
첫 단추는 험난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세이브를 만들어낸 좋은 결과가 향후 승승장구의 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세이브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