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마니아라면 주목!' 진짜 리얼한 승부의 현장, 볼수록 빠져드는 휠체어농구리그

2022-08-02 06:45:00

춘천시장애인체육회 조승현이 7월 31일 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무궁화전자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WBL

[수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패스 주고, 들어가!" "왼쪽 막고!"



일반적인 농구장에서 선수들의 함성을 빼고,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소리는 두 가지다. 일단은 공이 바운드 되는 소리, '텅! 텅!'. 드리블하는 선수들의 손을 떠나 코트 바닥에서 힘차게 부딪혀 오르는 공이 만들어내는 파열음은 관중석 최상단까지 울린다. 경쾌하고도, 힘이 넘치는 이 소리는 마치 드럼소리처럼 농구 팬들의 가슴을 들끓게 만든다.

그 다음으로는 빠른 공수 전환과 방향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농구화 바닥과 코트가 빚어내는 날카로운 마찰음, '삑! 삐빅'. 소리만 들어도 땀에 젖은 근육질 선수들의 기민한 움직임이 떠오르는 입체적인 효과음이다. '농구마니아'라고 한다면 이 두 가지 소리만 들어도 벌써 엉덩이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휠체어농구에서는 색다른 효과음이 경기장을 지배한다. 일단 농구화의 마찰음은 없다. 휠체어를 탄 채로 드리블과 패스, 슛과 리바운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리의 공백을 날카로운 충돌음이 메운다. '철컹! 쾅!' 바로 선수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경기용 휠체어들이 부딪히는 소리다.

드리블하는 상대를 막기 위해, 또는 유리한 공수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휠체어 농구 선수들은 비장애인 선수들 못지 않게 격렬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휠체어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마치 비장애인 농구선수들이 수비 과정에서 몸을 부딪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휠체어가 뒤집히고, 선수가 바닥에 구르기도 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서서 다시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들의 코트 위에는 이미 '장애·비장애'의 경계가 없다. 치열하고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만 펼쳐질 뿐이다.

휠체어농구는 '장애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국제적으로도 오랜 역사(1944년 영국 시작)와 넓은 저변을 지녔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국제경쟁력도 높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6위, 2020 도쿄패럴림픽 본선 진출 등의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권에서는 3위 이내의 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스포츠종목 가운데 최초로 리그제(2015~2016시즌)를 출범했다. 2015년에 본격적으로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에 의해 운영되는 'KWBL 휠체어농구리그'가 벌써 8시즌째 운영되고 있다. 올해에도 총 6개팀(제주삼다수, 춘천시장애인체육회, 대구광역시청, 수원무궁화전자, 코웨이, 고양홀트)이 리그 우승을 놓고 열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제주에서 개막된 KWBL 휠체어농구리그는 9월까지 제주와 수원, 고양, 대구, 춘천 등 각 구단의 홈을 돌며 총 3라운드(팀당 15경기)를 소화한다. 이어 정규리그 상위 3개팀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펼친다.

선수들의 이동이 원활치 않고, 숙소 문제 등이 걸려있는 바람에 매 라운드는 전반(3경기)과 후반(2경기)으로 나누어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치러진다. 1라운드도 제주(6월 17~19일)와 수원(7월 9~10일)에서 나누어 열렸다. 2라운드는 수원(7월 29~31일)과 고양(8월 20~21일)에서 열린다. 3라운드는 대구(9월 3~4일)와 춘천(9월 16~18일)에서 예정돼 있다.

기자는 2라운드 전반이 펼쳐진 수원 칠보체육관에서 31일 열린 3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10년 이상 남녀 프로농구를 현장 취재한 기자의 첫 휠체어농구 '직관'이었다. 처음 만난 휠체어농구는 예상 이상으로 빠르고, 격렬했다. 또 엄청나게 발달된 선수들의 팔과 상체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폭발력은 관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금세 휠체어농구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휠체어농구리그는 일반 팬들의 시야에서는 멀어져 있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홍보 부족이 휠체어 농구의 매력을 가리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농구 팬들에게서 더 멀어졌다. 이날도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KWBL 관계자는 "매 라운드에 앞서 경기장으로 관중을 모시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관중이 한 두번만 직접 관전한다면 금세 휠체어농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텐데,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최근에는 각 지역 교육청에 요청해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관람을 진행한 학교나 학생들에게서는 매우 흥미롭고, 교육적이었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남은 라운드에서는 더 많은 일반 농구팬과 학생 팬들에게 휠체어농구를 알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휠체어농구리그는 전 경기가 무료 입장이다. 경기가 있을 때는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된다. 스스로 '농구 팬' 혹은 '농구 마니아'라고 자부한다면, 한번쯤 휠체어 농구로 시선을 돌려보기를 '강추'한다. 또 다른 '리얼'한 승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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