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도 지난해부터 북핵을 반영한 신(新) 연합 작전계획을 미국과 함께 수립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남북이 모두 핵을 이유로 작계 수정에 착수한 셈이다.
그러나 남측은 '핵방어', 북측은 '핵위협'에 방점을 둘 것으로 여겨지면서 마치 창과 방패가 맞닥뜨린 것처럼 방향성은 정반대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작전계획을 거론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전해졌다.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전방, 즉 휴전선 일대 부대를 거론했을 뿐만 아니라 포항까지 아우르는 남한 동해안 축선 작전지도를 펼쳐둔 채 회의를 진행하는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남측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정 작전계획이 남측을 향한 '핵 위협'을 노골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핵을 탑재할 수 있는 KN 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최전방에 배치해 운용하는 방향으로 새 임무를 부여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사실상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각기 다른 4곳에서 발사했고, 지난달 12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3발을 발사하는 등 최근 단거리 타격 전력의 시험 발사 빈도를 부쩍 늘렸다.
다만 기존 KN 계열 무기들은 사거리가 400∼600㎞에 달해 굳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하지 않아도 남측 수도권은 물론 남부 지방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방부대에 특화된 다른 무기의 배치계획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 무기가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보도해 전방부대 화력 강화와 전술핵 운용 목적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무기는 시험발사 당시 고도 25㎞에 비행거리 110㎞로 포착돼 최전방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핵을 공격용으로 쓰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되는 작전계획을 세우는 사이 남측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작전계획 수립에 이미 착수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2월 양국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신 연합작계 수립에 합의했다. 기존 작계에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다.
군 관계자는 " 전략 환경의 변화, 우리 능력의 변화, 북한 위협의 변화에 따라서 작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계 수정은 일종의 포괄적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지침(SPG) 승인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지시(SPD) 합의, 작계 작성 순서로 진행되며 지난 3월 말 SPD 합의까지 마무리돼 본격적 작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새 작계는 연말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략·전술핵 저장시설, 핵탄두 미사일 등 최우선 타격 표적 목록을 수시로 최신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작계는 1급 기밀인 만큼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북한의 새 작계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우리 작계에 반영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한미는 새 작계가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핵 공격 대비 연합훈련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 시설·기지 감시, 핵사용 징후 탐지, 실제 사용 때 격파 등 분야를 세분화해 훈련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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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