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여름이면 경로당과 방을 오가며 더위를 식히곤 했는데, 올해엔 경로당에서도 에어컨을 아껴 틀 것 같다"며 "큰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더위 때문에 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21일 일부 지역이 33도까지 올라가는 등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장애 가정 등 취약 계층 사이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틀기도 겁난다"는 말도 나온다.
일주일에 세 번씩 독거노인들을 찾아 돌보는 주부 김성희(51)씨는 "혼자 사는 노인 중에는 선풍기조차 안 트는 분들이 많다"며 "올여름에는 전기료도 오른다고 해 1천∼2천원이라도 아끼려고 더위를 그냥 참고만 있지는 않을지 속이 탄다"고 했다.
폭염 때마다 큰 타격을 입는 쪽방촌 주민들 역시 전기료 인상 걱정과 물가 폭등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서 장보기가 겁나는데 더위까지 찾아오니 숨이 막힌다"며 "곧 장마가 오면 창문도 못 열고 몇 주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바깥에 나와 더위를 식히던 주민 최모(58)씨는 "추위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더위"라며 "올해도 복지관에서 준 얼음을 먹으며 더위를 버텨야 한다"고 걱정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는 김홍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양천지회장은 "장애인이 있는 집은 여름 내내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1만6천원씩 전기료 감면을 받지만,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많아지는 만큼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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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