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선 남녀 사브르의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최수연(안산시청)이 우승했고 단체전에선 남녀 사브르, 남녀 에페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아시아국가 중 가장 높은 종합 3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이 8년만에 열린 '안방' 국제대회에서 신명나는 '칼의 노래'를 이어갔다.
매년 20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20년차' 회장사 SK텔레콤의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제펜싱연맹 주최 월드컵, 그랑프리 대회에 잇달아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기량도 자신감도 경쟁력도 폭풍성장했다.
12연패, 세계 1위 성적만큼이나 위대한 건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펜싱 한류' 스포츠 문화의 진화다. '아시아의 펜싱 강국'으로서 혼자만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 대회 기간 진행된 아시아펜싱연맹 집행위원회에서 "한국 펜싱은 아시아의 프라이드(자랑)"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펜싱코리아가 아시아 펜싱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박상영 등 선수들 역시 "아시아 펜싱이 최근 급속도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의 쾌거에 희망을 본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코치를 영입해 펜싱 살리기에 나섰고,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중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은 대회 개막 일주일 전부터 방한해 한체대, 호남대, 안산시청 등에서 전지훈련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매일 경기일정이 끝난 다음이었다. 이번 대회 현장에선 '펜싱명문' 중경고, 홍대부고의 학생선수들이 자원봉사자로 운영, 시상 등 진행을 도왔다. 시상식이 끝나고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 경기장은 훈련장으로 변했다. 고종환 중경고 코치(국제심판)와 지도자들이 진공청소기를 돌려 경기장을 정리하더니 곧바로 고등학교 어린 유망주 선수들이 열기가 채 식지 않은 피스트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협회가 어린 선수들을 위해 피스트를 기꺼이 열어줬다. '레전드 선배' 구본길, 최수연이 금메달을 딴 결승 피스트에서 주니어 후배 선수들이 온몸이 땀에 젖은 채 혼신의 팡트를 구사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훈련을 자청했고, 상기된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경기장 불은 밤 9시가 다 돼서야 꺼졌다. 최고의 훈련장이자 교육장이었다
'중경고 3학년' 플뢰레 에이스 김민지(18)는 "국가대표 언니 오빠들이 금메달을 딴 피스트에서 훈련을 하게 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연습경기인데도 진짜 실전처럼 펜싱이 잘 되는 것같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저도 국가대표가 돼서 언니 오빠들처럼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며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