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안먹는 얌전한 거인"…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A*

2022-05-13 09:37:51

[EH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Sagittarius)A*'의 실제 이미지가 마침내 포착됨으로써 이에 관한 연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궁수자리A* 이미지는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잡은 보이지 않는 천체가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직접 입증해줄 뿐만 아니라 이런 큰 블랙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2일 궁수자리A* 이미지를 공개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협력단과 우주과학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space.com) 등에 따르면 블랙홀은 밝혀진 것보다 앞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더 많은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항성이나 중간 규모의 블랙홀은 대형 별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 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중력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많게는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이를 형성할만큼 큰 별이 없어 형성 과정이 미스터리가 돼왔다.
작은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흡수해 덩치를 키우거나 작은 블랙홀끼리 합체를 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있지만 아직 규명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궁수자리A*는 2008년 연구에서 태양의 430만 배에 달하는 질량에 지름은 태양에서 수성 사이의 거리인 약 2천350만㎞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우리은하의 너비가 10만 광년에 달하고 두께는 1천 광년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셈이다. 지구와는 약 2만7천광년(1광년=9조5천억㎞) 떨어져있다.

궁수자리A*를 둘러싸고 있는 가스 원반도 5∼30광년으로 작은 편인데,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일 때 희미한 X선을 발산한다. 하지만 궁수자리A*는 대부분 활동을 하지 않고 아주 드물게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빨아들인다.
천문학자들은 궁수자리A*를 직접 관측할 수 없어 약 180억㎞ 밖에서 시속 1천140만㎞로 궁수자리A*를 도는 항성 S2를 관측해 왔다.

궁수자리A*의 존재는 1930년대 초 천문학자 칼 얀스키가 궁수자리 방향에서 전파 신호를 포착하면서 처음 드러났으며, 우리은하 중앙의 밀집전파원(compact radio source)이라는 점은 약 40년 뒤인 1974년에야 확인됐다. 이때 흥미로운 전파원이라는 의미에서 양자역학에서 들뜬 상태를 표시하는 '*'가 붙게 됐다.
궁수자리A*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블랙홀일 가능성은 1980년대 들어서야 제기됐으며, 1994년 독일 천문학자 라인하르트 겐젤이 처음으로 적외선 및 서브밀리미터 분광기로 태양 질량 400만 배에 달하는 천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겐젤은 이 연구성과로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궁수자리A*가 빽빽이 들어선 성단일 가능성 등 가능성 없는 것들이 하나둘 배제되면서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가설이 힘을 받았으며, 2018년 블랙홀 주변을 빛의 30% 속도로 이동하는 뜨거운 가스와의 상호작용으로 야기된 빛이 관측되면서 예측된 이론과 맞아떨어져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궁수자리A*가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점이 최종 확인되고 4년만에 사건의 지평선을 갖춘 도넛 모양이라는 시각적 증거까지 확보된 셈이다.

과학자들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M87은하 블랙홀에 이어 태양 질량 430만 배에 그친 궁수자리A*의 실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이를 서로 비교해 초대질량 블랙홀의 생성 등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궁수자리A*는 M87 은하의 블랙홀과 나이는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처럼 질량이 1천500분의 1 정도로 '작다'.

이런 질량차는 블랙홀이 서로 다른 환경(속해 있는 은하)에서 다른 '먹이'(별, 먼지 등 은하 물질)를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궁수자리A* 블랙홀에 대해 미 애리조나대학의 천문학자 퍼얄 외즐은 "거의 먹지 않아 굶어 죽을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얌전한 거인"이라고 비유했다.

대만 중앙연구원 천문학·천체물리학 연구소의 EHT 과학자 아사다 케이치는 이와 관련, "두 초대질량 블랙홀의 차이를 분석하면 블랙홀 주변의 가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초대질량 블랙홀 중에서도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은 쪽에 속해 극단적인 상황에서 중력이 작용하는 것을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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