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꽃은 활짝 폈는데…" 꿀벌 실종에 양봉농가 `울상`

2022-05-12 09:35:01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 외곽에서 10여 년째 양봉을 하는 정구용(65)씨는 12일 야트막한 산 아래 길게 내놓은 벌통 뚜껑을 열어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봄꽃 개화기인 이맘때는 벌통에 다가서기만 해도 단내가 코를 찌르고 반짝반짝 빛나는 꿀이 흘러넘쳐야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벌통 안 상황은 소비(직사각형 모양의 벌집틀)가 듬성듬성 비고, 잔뜩 예민해진 벌들은 침입자를 향해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정씨는 "작년 봄은 궂은 날씨 때문에 재미를 못 봤고 올해는 일교차가 커 꽃의 꿀 분비량이 많지 않다"며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평년작에는 크게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인근에서 벌을 치는 신성립(67)씨는 지난겨울 벌이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올해 채밀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신씨는 "아카시꽃이 피는 5월은 양봉농가한테 대목인데 벌이 사라지는 바람에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2월 겨울잠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다가 벌들의 집단 실종을 확인했다.
그가 애지중지 관리한 벌통 200개 중 60%인 120개가 텅 빈 상태였다.
벌통 1개당 꿀벌 2만 마리 이상이 산다고 했을 때 240만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신씨는 "굶어 죽거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으면 벌통 안에 사체라도 있어야 하는데 흔적이 없다"며 "지난겨울 고온 현상으로 온도에 예민한 벌이 밖으로 나갔다가 찬 공기에 몸이 마비돼 귀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해 2천㎏ 이상의 꿀을 생산하지만, 올해는 작황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신씨는 "어제 시험 삼아 벌통 22개를 채밀했는데 겨우 1말(27㎏)이 나왔다"며 "적어도 8말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말 그야말로 벌통 안이 초토화됐다"고 푸념했다.




꿀벌 실종 피해를 본 농가는 그뿐만이 아니다.
충북도가 지난 3월 양봉농가 2천705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804곳(29.7%)에서 꿀벌 실종 사례가 접수됐다.

피해는 도내 북부가 10∼15%, 남부가 30% 수준으로 남쪽으로 갈수록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월동 과정에서 꿀벌의 개체 수가 어느 정도 줄긴 하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예년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충북도는 어려움을 겪는 양봉농가를 지원에 나설 계획이지만 실적은 없다.

도 관계자는 "피해 농가에 벌통 입식비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꿀벌 실종이 재해 보상으로 인정되지 않아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kw@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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