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최세영(40)씨는 이 글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 가구를 방문하며 낡은 냄비들에 얽힌 사연을 풀어냈다.
남동구 간석동에 사는 한 80대 노인은 재활용품 수거 활동을 하다가 쓸만해 보이는 냄비를 가져와 10년 넘게 사용 중이었다고 했다.
구순을 훌쩍 넘긴 유모(95)씨는 22년 전 사별한 아내가 쓰던 냄비들을 "아직 쓸만하다"는 이유로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구멍 난 양은솥마저 쌀을 씻는 용도로 사용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12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가구를 살펴보니 찌그러진 냄비나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과 같은 낡은 조리기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최씨가 추진한 모금운동은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49일 만에 목표 금액 200만원을 달성했다.
최씨는 후원금을 활용해 취약계층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냄비 2개·프라이팬 2개·실리콘 뒤집개로 구성된 조리기구 꾸러미를 선물했다. 또 새 조리기구 사용 전 스테인리스 연마제 제거나 프라이팬 코팅 부위 세척에 관한 교육도 진행했다.
최씨는 "어르신들은 알록달록한 새 조리기구들을 받고 나서 저마다 만족감을 드러냈다"며 "모금 활동에 선뜻 참여해준 후원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낡은 조리기구 교체와 관련한 후속 모금 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폐지 수거 노인을 위한 수레 교체 사업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최씨는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놓치기 쉬운 취약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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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