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도, 첫 금메달도 모두 유도에서 나왔다. 첫날부터 은메달 3개가 쏟아졌다. 여자 48㎏급 권라임(30·대구우리들병원)이 대회 사흘째인 4일 대한민국 첫 메달을 기록했고, 여자 57㎏급 이현아(18·전주 우석고), 남자 73㎏급 황 현(24·세종시장애인체육회)이 잇달아 은메달을 따냈다. 5일 여자 70㎏급에서 '다크호스' 최선희(28·평택시청)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신고했고, '38세 맏언니' 홍은미(안산시장애인체육회)가 78㎏급에서 생애 4번째 데플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81㎏급 김민석(27·포항시청)이 은메달, 남자 91㎏급 양정무(35·평택시청)와 여자 63㎏급 이진희(30·대구장애인유도협회)가 동메달을 따냈고, 6일 남녀 단체전에서도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총 금메달 2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2017년 삼순 대회(금2, 은3, 동2)를 뛰어넘어 역대 데플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팔꿈치 골절로 경기를 뛰지 못한 김주니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도 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 비결은 '피, 땀, 눈물'이다. 원재연 유도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노력해서 이룬 일이다.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모든 공을 돌렸다. 금 2개, 은 2개, 동 2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남자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양을 감내했다. 메달 직후 인터뷰에서 "훈련하며 많이 울었다"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원 감독은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한 유도 대회는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데플림픽뿐이다. 세계선수권도 지난해에야 처음 생겼다"고 했다. "4년에 한번 열리는 데플림픽은 청각장애 유도선수들의 하나뿐인 꿈이다. 오직 이 대회만을 바라보고 4년간 쉬지않고 땀을 흘린다. 기술은 당연히 앞서 있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밀리지 않았다"면서 "계단 오르내리기 등 피나는 체력 훈련을 쉼없이 진행했고, 대부분의 스코어는 후반부에 나왔다"고 평가했다.
정기식 대한장애인유도협회 사무국장은 비장애인, 장애인을 넘나드는 유도인들의 협업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대한유도회 국제위원장, '국제통' 정 국장은 "데플림픽을 앞두고 청각장애인 선수들은 포항시청, 포항 동지중고에서 함께 훈련했다. 마지막 2주 훈련은 온양중에서 했다. 기꺼이 훈련장을 빌려주었고, 훈련 파트너가 돼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종시장애인체육회 등 장애인유도팀 창단과 포항시청, 평택시청 등에선 장애인선수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비장애인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인, 청각장애인 유도의 협업 시스템은 유망주 발굴에도 긍정적이다. 정 국장은 "비장애인 팀 지도자들로부터 '우리 지역에 이러이러한 선수가 있다'고 연락이 온다. 이번 첫 데플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우석고 3학년 이현아도 그렇게 해서 발굴된 선수"라고 귀띔했다.
최근 엷은 선수층과 노령화로 국제대회에서 고전하고 있는 장애인 체육계도 청각장애 유도의 성공은 모범사례로 삼을 만하다. 원 감독은 "베테랑 홍은미, 양정무가 굳건히 버텨주고, 황 현, 김민석 등 에이스들이 제몫을 해주고, 2004년생 이현아, 2000년생 최준호 등 어린 선수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선수들 중 80%가 다시 도전할 3년 후 도쿄데플림픽서도 '유도강국' 대한민국의 선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