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유도 다크호스' 권라임(30·대구우리들병원)이 대회 사흘째인 4일(한국시각) 카시아스두술 레크레이우 다 주벤투지에서 펼쳐진 여자유도 48㎏급 경기에서 첫 은메달 낭보를 전했다.
여자유도 48㎏급은 출전선수가 5명에 불과해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라운드 로빈 방식(참가선수 모두 서로 한번씩 맞붙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권라임은 첫 경기에서 가나 앨리스 안티와에게 기권승했고, 2라운드 우크라이나 나탈리아 넨코에게 절반승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3회전 멕시코 마리아 휴이트론에게 지도를 내주며 반칙패했으나, 최종전 카자흐스탄 카라 오글리에게 절반승을 이끌어내며 3승1패로 4전승한 멕시코 휴이트론에 이어 은메달을 확정지었다.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엔 거침없는 수어로 "엄마!"를 외쳤다. 엄마를 떠올리는 권라임의 눈가가 촉촉했다. 핸드볼 선수 출신 어머니 박미순씨(54)는 딸의 운동을 누구보다 믿고 응원하고 지지해준, 이 세상 최고의 팬이자 후원자다. "엄마는 핸드볼을 하셨는데 부상으로 국가대표의 뜻을 이루지 못하셨다. 늘 '우리 딸 하고 싶은 것 다하라'며 응원해주신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엄마가 못 이룬 꿈도 대신 이룰 수 있게 됐다"며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될 줄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다. "한 경기라도 잘하자는 마음으로 출전했고, 매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은메달도 따게 됐다"며 웃었다. "첫 데플림픽이라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3년 뒤 도쿄 대회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눈을 빛냈다.
5년 전 삼순 대회에 19세의 나이로 첫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에이스' 황 현은 개인전 결승에서 이란 아미르모하마드 다프타리와 연장 혈투 끝에 절반을 내주며 은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60㎏급 최준호(22·포스코건설)과 여자 52㎏급 정숙화(33·세종시장애인체육회)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원재연 유도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세 달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 모두에게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격려했다. "한국 농아인 선수들이 데플림픽에서 유도 강국다운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원 감독은 은메달을 딴 선수 3명에 대한 애정 넘치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권라임은 대구 우리들병원 실업팀에서 개인훈련을 꾸준히 해온 선수다. 오늘 가장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현아는 전주 우석고 3학년, 어리고 전도유망한 선수다. 앞으로 몸관리만 잘하면 데플림픽에 3~4번은 더 도전할 수 있을 것"라고 했다. "황 현은 비장애인 유도에서도 워낙 잘했던 선수다. 작년 10월 십자인대가 끊어진 후 어렵게 대회에 출전했다. 금메달로 꼭 보상받길 바랐는데, 제일 아쉬운 건 선수 본인일 것"이라면서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따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