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재건축 사업 디자인 모방 의혹…소송전으로 번지나

2022-01-06 07:45:18

롯데건설이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아파트 설계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글로벌 설계업체인 SMDP가 지난해 부산의 재개발 구역에 제출한 디자인과 흡사하다며, 디자인 도용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법적 조치까지 나설 수 있는 의견도 밝혔다. 롯데건설은 디자인 도용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어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나온다. 소송전이 진행될 경우 재건축사업의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조합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부 조합원, 타 구역 협업 설계사 문제 제기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아파트 설계 디자인 모방 의혹은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제기됐다. 해당 재건축사업은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관양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세대(예정) 규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초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 시공사를 확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사업 수주를 위한 업체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롯데건설은 글로벌 설계그룹 'JERDE(저디)'와 협업해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글로벌 설계업체인 SMDP와 손을 잡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시그니처 캐슬'을 제안, 명품 아파트 단지 조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설계 디자인이 2020년 10월 부산 대연 8구역 수주전에 참여할 당시 선보였던 설계안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건축조합의 한 조합원은 단체 커뮤니티에 "롯데건설이 제시한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디자인이 부산 대연8구역과 관양현대아파트와 비슷하다"며 "두 사업의 디자인을 비교해보면 어느 현장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롯데건설이 단 하나의 시그니처 캐슬이라고 강조했지만 조감도에 나타난 스카이 브릿지 등이 부산 대연8구역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부산 대연8구역은 현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SMDP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려던 곳이다.

롯데건설이 SMDP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모방 의혹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사안과 직접 관련이 있는 SMDP도 지난달 27일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디자인 모방 의혹 관련 입장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원들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던 측벽에서 지붕까지 연결되는 디자인과 지붕모양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SMDP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롯데건설의 일부 설계안에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검토한 결과 당사가 진행한 대연8구역 설계안을 롯데건설이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설계 저작권은 당사에 귀속되니 조합에서는 향후 롯데건설의 설계안을 사용함으로써 당사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건설, 롯데건설 측 디자인 설계사들에게 법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 다툼으로 확대될 경우 재건축 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MDP는 롯데건설이 사실 확인을 인정하지 않거나 사과문을 조합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안팎에선 롯데건설이 설계안 관련 모방, 무단 도용 의혹을 받는 것 만으로도 사업 수주전에서 부담감을 안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설계안 관련 도용 논란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규모가 커지고 있어 지역 랜드마크를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 최근 재건축 사업 수주에 있어 설계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겉으로 보이는 특성상 손쉽게 비교 분석이 가능해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모방·도용 의혹, 사실과 다르다" 일축

롯데건설은 디자인 모방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고, 일부 비슷한 각도의 이미지를 앞세워 모방이나 무단 도용과 같은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디자인 모방 의혹 등 관련 주장들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서로 다른 디자인이다"며 "디자인을 도용할 이유도 없고, 사업조건을 중심으로 공정한 수주 경쟁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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