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백신 접종률 90% 넘은 상황에서 방역패스 실효성 없다?

2022-01-04 13:09:53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도 6개월 유효기간이 적용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음식점에서 한 미접종 시민이 QR 체크인을 하고 있다. 만약 QR코드 주위에 파란색 테두리나 접종 후 경과일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전자출입명부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접종정보를 갱신하지 않은 3차 접종자는 QR코드를 스캔할 때 미접종자로 안내돼 시설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2022.1.3 jjaeck9@yna.co.kr

새해 벽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강화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 미접종자 감염을 줄이고 위중증 환자로 인한 의료체계 부담을 덜기 위해선 당분간 방역패스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백신 접종률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방역패스로 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10일부터 백화점, 대형마트로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성인 93%가 백신 맞았는데 무슨 방역패스냐" "방역패스는 인권침해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백신 2차 접종까지 한 접종자는 4천260만3천909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83.0%, 18세 이상 접종률은 93.3%에 달한다.

이 같은 통계를 보면 방역패스를 지속해도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식당, 카페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 전반으로 방역패스가 확대된 지난달 6일 전체 인구 대비 2차 접종률은 80.5%, 18세 이상은 91.7%였다. 이후 한 달 새 접종률이 다소 상승했지만 폭이 크진 않다.

미접종자들 가운데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이유가 있거나 신념을 갖고 기피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접종률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방역패스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봐야 할까?
방역 당국도 방역패스로 접종률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수긍한다. 그러나 방역패스의 목표는 접종 확대를 통한 접종률 상승이 아니라 미접종자들의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있다는 입장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8주간(작년 10월31일~12월25일) 발생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3천598명, 사망자는 1천818명으로 이 중 미접종자가 각각 1천910명(53.1%), 967명(53.2%)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접종자 수가 성인 인구의 7% 미만으로 감소했음에도 전체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미접종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기대 속에 도입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을 불과 한 달 만에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을 다시 강화한 주된 이유는 위중증 환자의 급증이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위중증 환자가 예상 밖으로 늘면서 병상 부족으로 의료체계가 마비되고 전체 방역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방역패스 정책의 목표는 접종률 상승이라기보다 위중증 환자 발생의 주원인인 미접종자 감염을 차단함으로써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위중증·사망자 수를 줄여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도 이런 점에서 방역패스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률이 90%를 넘었어도 나머지 10%가 안 되는 사람 중에서 위중증·사망자가 주로 나오고 있어 접종률만으로 방역패스의 실효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방역패스는 환자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백신을 못 맞는 사람도 있으니 이들을 보호할 세심한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패스 강화 이후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방대본의 8주간 누적 통계에 따르면 확진자 중 미접종자 비율이 지난달 12일 34.0%에서 25일 29.8%로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위중증·사망자 중 미접종자 비율(53%)은 거의 변화가 없어 효과가 본격화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접종률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현재로선 미접종자의 감염을 막아 위중증 환자를 줄이고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이 줄고 의료체계 부담이 경감되면 단계적으로 방역패스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방역의 중추가 될 백신 3차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방역패스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관련)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미접종자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사망자를 줄이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3차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위중증 환자가 줄고 있는데 이를 독려하려면 방역패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과도한 방역패스 강화로 위드 코로나 중단 등 방역 정책의 실패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에 찬성하고 권고하는 입장이지만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까지 방역패스로 묶는 건 심한 거 같다"며 "성인의 93%가 백신을 접종했으면 접종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마스크도 잘 쓰고 우리 국민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7%의 미접종자는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애매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패스는 미접종자들의 반발이 크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면이 있는 만큼 국회 등을 통한 더 신중한 논의 과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방역패스는 백신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빈발하는 돌파감염 사례로 볼 때 백신 접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해야 한다. 위중증 환자가 늘었지만 대부분 60대 이상 고위험군이다. 60대 이상만 추가 접종하면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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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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