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은 0일,중학생은 10일" 학생선수 대회참가 제한,스포츠 현장 분노폭발

2021-11-24 12:02:32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이 23일 두바이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의를 마치고 미국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으로 향하던 중 자신의 SNS에 분노에 찬 글을 써올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9일 산하 회원종목단체에 '학생선수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 축소 관련 의견 회신 협조 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사항 이행에 따라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전인정 결석 허용일수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귀단체의 의견을 파악하고자 하오니 2021년 11월 24일까지 회신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2020년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와 교육부가 전문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에 대해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했고, 교육부는 대회 및 훈련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현행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로 정해진 주중 대회, 훈련참가 허용일수를 내년부터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로 줄일 예정이다. 2023년에는 초중고 모두 주중 대회 및 훈련 참가를 불허할 방침이다. 대한체육회는 이 공문에 대해 "교육부가 검토중인 정책과 관련해 문체부, 대한체육회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학령인구, 운동부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전문체육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각 종목단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교체육 현장은 난리가 났다.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IOC 위원은 "이 방법만이 최선인가요? 교육부는 한번이라도 현장의 학부모, 학생선수들과 심도 있게 시간을 가져보았나요?"라며 현장 소통 없는 '스포츠 규제 일변도' 정책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했다. IOC위원으로서 스포츠 가치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유 위원은 "스포츠 대회 참여도 중요한 교육의 일부"라면서 "방학에만 대회를 하라고요? 그럼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들은 우리나라 방학에 맞춰 열리는 국제대회에만 참가해야 하나요? 아니면 방학에 맞춰 개최해주길 원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일방적인 교육정책에 분노가 치밉니다. 대한민국 교육부가 일부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에 휘둘려서 출구없는 정책으로 학생선수들의 꿈을 더욱더 혼탁해지게 만듭니다. 분명히 체육계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해보입니다"며 현장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스포츠 현장의 지도자들과 김연아, 손흥민, 박태환, 김연경처럼 월드클래스 운동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다. 결국 우수한 학생선수들을 학교 밖 사교육이나 해외로 내모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의 한 종목단체 지도자는 "학생들의 인권, 학습권을 위한 일이라지만 아이들도 지도자도 주중에는 훈련하고 주말에는 대회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들이 주말에도 쉴 수 없다. 원하는 운동을 원할 때 할 수 없고, 쉬고 싶을 때도 쉴 수 없다. 이게 아이들 인권이냐"고 반발했다. 운동부나 스포츠클럽을 관리하는 초중고 체육교사들의 경우, 주말 격무가 가중되면 불만이 누적되고, 학교장이 운동부 운영을 회피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우려도 크다. 학교 스포츠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올림픽 종목의 한 사무처장은 "종목 특성에 따라 주중 경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이 있을 수 있다. 축구처럼 주말대회가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종목이 그렇지 않다. 현장에선 결국 대회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초등학교 때 감각과 훈련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어린 선수가 많은 탁구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주중 대회에 나서지 못할 경우 꿈나무 육성이 어렵다. 여자체조, 리듬체조 같은 종목은 전성기가 10대다. 20대 초반엔 대부분 은퇴한다. '탁구신동' 신유빈의 예에서 보듯 절대적인 훈련량과 국제대회 경험이 필요한 재능 충만한, 어린 선수들은 좋아하는 운동을 잘하기 위해 공교육이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입단하는 선택도 불사하고 있다.

내달 18일 한국체육학회장 선거에 나서는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학습권'을 국영수 공부로만 제한하는 경직된 교육관에 우려를 표했다. "학생선수 대회 훈련 참가 허용 일수 축소는 학생선수의 인권 침해"라는 말로 "체육을 통한 '운동권' 역시 학습권이며 학생선수의 인권"이라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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