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읽혔나?' 나가면 뛰는 LG, '4이닝 100구' 박세웅의 고통스런 하루[부산초점]

2021-10-14 22:25:59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14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LG 2회초 무사 1,3루에서 유강남에게 2타점을 허용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10.14/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매경기가 전쟁이다. 롯데자이언츠 4년만의 가을야구행이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 맞대결. 하지만 박세웅은 '안경에이스'를 향한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박세웅은 14일 LG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4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5회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롯데는 3대13으로 완패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8㎞, 슬라이더도 142㎞까지 나왔다. 하지만 제구가 심하게 흔들렸고, 그 결과 4이닝 3실점이란 기록과 별개로 경기 내용은 진땀 고전 그 자체였다. 4회까지의 투구수는 100개,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은 무려 51:49였다.

1회초부터 너무 쉽게 선취점을 내줬다. 리드오프 홍창기가 8구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곧바로 김현수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래도 반전의 여지가 있었다. 1회초의 마무리는 김현수의 견제사였기 때문.

문제는 대놓고 뛰는 LG 주자들이었다. 1회 홍창기를 시작으로 2회 이영빈, 3회 문성주가 잇따라 도루를 성공시켰다. 3회 문성주에 앞선 서건창 역시 런앤히트. 4번 모두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겨 포수가 2루에 공을 던지지도 못하거나, 2루에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소위 투구 습관(쿠세)을 읽혔을 가능성이 있다. 투수와 포수, 어느쪽의 습관이 파악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의심할 만큼 LG가 경기 초반부터 완벽한 도루 타이밍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2회에는 이영빈의 도루 직후 유강남의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로 내야안타가 됐고, 이후 유강남의 2타점 2루타가 터졌다. 3회에는 안치홍이 이닝을 끝낼 찬스에 아쉬운 실책을 범해 2사 만루까지 간 끝에 가까스로 무실점으로 막았다. 3회를 마쳤을 때 박세웅의 투구수는 이미 80개였다.

4회가 마무리되자 투구수는 100개에 달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기는 스타일이지만, 투구수가 너무 많아 교체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박세웅은 최동원과 염종석의 계보를 잇는 '안경에이스'라인이다. KBO리그 40년 역사에 단 2번뿐인 롯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두 선배임을 감안하면, 박세웅의 어깨에 걸린 무게감이 느껴진다.

염종석 현 동의과학고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려면 '원투펀치만큼은 롯데가 최고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한다. 아쉽지만 박세웅의 성장이 예상보다 너무 늦다. 지금 정도 반열에는 2~3년 전에 올라왔어야했고, 지금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끄는 투수가 돼줘야한다. 적어도 정규시즌, 또 포스트시즌에서 '안경에이스'란 말에 걸맞는 임팩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시즌 후반기 9경기 중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날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피칭 뿐 아니라 투수로서의 습관 노출까지 우려되는 상황. 올시즌 가을야구 역시 결정적으로 멀어진 계기가 될 수 있는 경기. 롯데의 기둥인 박세웅으로선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날 롯데는 추격조 불펜마저 무너졌다. 최영환 강윤구 이강준 김유영 오현택 김동우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6회 5점, 8회 2점, 9회 3점을 무더기로 허용하며 완패했다. 가을야구와는 성큼 더 멀어졌고, 남은 기회는 또한번 줄어들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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