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 데뷔한 19세 혼혈 소녀, US오픈 우승으로 새 여제 탄생 알리다

2021-09-12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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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새로운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세계 여자 테니스 무대를 밝힐 별이 떠올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0대 예비스타의 반란에 US오픈 무대가 화려하게 빛났다.

영국의 10대 소녀 에마 라두카누(19·세계랭킹 150위)가 테니스 메이저 대회 US오픈을 제패했다.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캐나다의 동갑내기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를 2대0(6-4, 6-3)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라두카누는 우승 상금으로 250만달러(약 29억원)를 손에 쥐게 됐다. 또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리는 화려한 발판을 만들었다.

믿기 힘든 우승이었다. 라두카누는 19세의 어린 선수로 세계랭킹은 고작 150위에 불과했다. 지난 윔블던 대회에서 처음 메이저 본선에 진출한 게 눈여겨 볼 경력의 전부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 놓았다. 앞서 출전했던 3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윔블던 대회부터 갑자기 실력 발휘를 해, 당시 4회전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존재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도 그냥 우승이 아니다. 여러 새로운 기록이 작성됐다. 먼저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예선 통과자가 우승한 기록을 남겼다. 라두카누는 예선 3경기를 모두 이기고 본선 진출권을 얻어, 본선에서 7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여기에 예선, 본선 통틀어 상대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무결점의 무실 세트 우승이었다.

또 2004년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마리아 샤라포바(당시 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 여자 단식 우승자, 1999년 US오픈에서의 세레나 윌리엄스(당시 17세11개월) 이후 최연소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사연도 남다르다. 라두카누는 루마이나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두살 때 영국 런던으로 이사를 했다. 테니스 외 학업에서도 뛰어난 성적에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아 주변의 호감도가 매우 높은 소녀다. 지난 윔블던 대회 때는 수학, 경제학 등에서 A학점을 받은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도 좋았다. 결승 상대 페르난데스가 라두카누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페르난데스 역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3위),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2위) 등 톱랭커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19세 동갑으로 22년 만에 10대 선수간 결승전이 성사돼 전 세계 테니스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우승 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라두카누에게 "당신과 상대 선수였던 페르난데스의 놀라운 결과는 다음 세대 테니스 선수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것이다. 당신과 당신을 응원하는 분들의 앞날을 축원한다"는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찰스 왕세자 역시 "정말 엄청난 업적을 이뤄냈다. 우리 모두는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여자테니스계에서는 윌리엄스가 내리막 길을 탄 이후 판을 주도하는 확실한 스타가 탄생하지 않았다. 테니스계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라두카누가 새로운 여제로서의 대관식을 한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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