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헝가리 극우 오르반 총리 40분 대면…종교·환경문제 논의

2021-09-13 08:41:41

헝가리·슬로바키아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현지시간) 첫 기착지인 헝가리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만났다.



교황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 부다페스트 미술관에서 오르반 총리와 면담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교황청에서는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외무장관인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헝가리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과 부총리가 자리를 함께했다.
면담은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헝가리 가톨릭교회의 역할, 환경 보호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황과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기독교적 헝가리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교황에게 당부했다"고 적었다.
무슬림 이민자들로 인해 헝가리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해석이 나왔다.


2010년 집권한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난민 수용 거부 정책을 고수하는 동시에 때때로 반유대주의적 태도도 보여왔다.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 유럽연합(EU)과 종종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세계관과 정치적 지향점 등에서 교황과는 대척점에 서 있어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것 자체만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오르반 총리와의 면담 후에는 현지 범기독교 및 유대교 지도자들과 회동이 이어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유럽 내 반대유대주의 부활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계심을 가져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교황은 "유럽과 다른 지역에 도사리고 있는 반유대주의 위협에 대해 생각한다"며 "불이 붙게 놔둬선 안 되는 도화선 같은 것이다. 이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노력하고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에는 현재 약 7만∼10만 명의 유대인들이 터를 잡고 있다. 중부 유럽의 유대인 사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 금융투자업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도 헝가리 유대인 사회 출신이다.



교황은 이어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세계 성체대회 폐막 미사(Statio Orbis·세계 집회)를 집전했다.

교황의 폐막 미사를 끝으로 지난 5일 부다페스트에서 개막한 제52차 세계 성체대회는 공식 종료됐다.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국제행사인 세계 성체대회에 직접 참석해 폐막 미사를 한 것은 2000년 이후 21년 만이다.

교황은 미사 말미에 광장에 운집한 수만 명의 신자들에게 "본연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키되 우리 시대의 목마른 자에게 문을 열자"고 호소했다.
어려움에 처한 외부의 난민·이주민에 대한 폐쇄적인 태도를 버리고 넓은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하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미사에는 오르반 총리와 그의 부인도 참석했다. 헝가리 정치지도자와 일반 신자 모두에게 던진 메시지로 비쳤다.
이번 폐막 미사에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과 장신호 주교, 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 신부 등이 한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교황은 약 7시간에 걸친 짧은 헝가리 방문 일정을 마치고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했다. 본 방문지인 슬로바키아에서는 15일까지 3박 4일간 머물 예정이다.

luch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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