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① 문어발도 모자라 지네발…요람에서 무덤까지 뻗친 손길

2021-09-13 08:38:54






[※ 편집자 주 =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들 플랫폼 기업의 현황과 쟁점, 규제 찬반 논란 등을 담은 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과거 사회 보장 제도의 이상을 표현한 이 구호는 현재 한국인의 생활 속 거의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경영 목표에 어울린다.

대표적인 국내 플랫폼 기업 카카오를 살펴보면 유치원·어린이집 알림장 '카카오 키즈노트'를 서비스하고 빅데이터 기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로 의료 분야에 한 발 걸치고 있다. 얼마 전 장례 플랫폼 '고이장례연구소'에 투자를 단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비대면 특수를 타고 플랫폼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 117개의 국내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해외 계열사 41곳을 합치면 총 158개사에 달한다.

2016년 상반기 기준 국내 49개·해외 29개로 총 78개 계열사를 신고한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식구 숫자가 갑절로 늘어난 셈이다.

과거 재벌 대기업의 무차별 사업 확장을 비판적으로 빗대는 용어가 문어발이었다면, 지금 플랫폼 기업은 지네·그리마 등 다지류(多肢類)에 비길만하다.
2001년 당시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의 평균 계열사 숫자는 20.8개로,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6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카카오 계열사 중 회사 이름에 '카카오'가 붙은 주력 계열사는 10곳가량이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커머스·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이 중 2016년에도 있던 곳은 당시 갓 인수된 카카오게임즈 정도뿐이다.

그동안 새로 시작한 사업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굵직한 산업 분류로만 구분해도 금융·교통·쇼핑·엔터테인먼트·IT서비스 등에 새롭게 진출했고, 여기에서 가지를 뻗어나간 세부 서비스는 일일이 세기도 쉽지 않다.
역시 거대 디지털 플랫폼인 네이버의 사업 확장 전략은 카카오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네이버의 상반기 기준 계열사는 총 45개다. 5년 전(58개)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 줄었는데, 이는 당시 포함됐던 일본 자회사 라인과 관계사들이 제외된 탓이다. 전반적인 계열사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네이버도 신사업 진출에 카카오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미래에셋대우(금융)·신세계(유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업계 주요 업체와 지분 투자·교환 등으로 간접 진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거리낌이 없는 카카오와 달리 핀테크·콘텐츠 등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규제 우회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전방위 확장은 기존 업체 및 규제 체계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의 금융상품 비교·추천·견적 서비스가 현행 금융소비자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비근한 사례다.

여기에 기존 플랫폼(검색·메신저)의 지배력을 다른 사업 분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 자영업자 대상 '갑질' 논란은 더욱 광범위한 규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ljungber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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