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체제 한달] ① 강경파 정부 출범, 이슬람 율법사회 재실험

2021-09-13 08:38:20

아프간 카불을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 [AFP=연합뉴스]

파죽지세로 아프가니스탄을 휩쓸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달 15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들어섰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빨리 국외로 도망쳤고 정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후 한 달 아프간은 대격변과 혼란을 겪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은 여권도 없이 탈출하겠다며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이슬람국가(IS)는 이를 노려 대형 테러를 벌였다. 탈레반의 '완전 장악' 선언 속에서도 저항군은 반(反)탈레반 기치를 들었다.

장밋빛 약속을 내세우던 탈레반은 강경파로 채운 과도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시위 강경 진압, 언론인 폭행을 벌이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유일한 탈출구' 공항은 아수라장…차츰 정상화

탈레반은 아프간 미군 철수 막바지인 지난달 6일 처음으로 지방의 주도(州都)를 점령했다. 이후 차례로 주요 도시들을 무너뜨렸다. 같은 달 15일 마침내 카불까지 진격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카불을 둘러싸자 잽싸게 아프간을 탈출했다.

와중에 시민과 외국인들은 '유일한 탈출구'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다. 공항과 주변 일대는 대혼란의 아수라장이 됐다.
절박함에 몰린 이들은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총격에 숨진 이도 나왔다.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며 철조망 너머 외국군에게 아기도 넘겼다.

이후 미군 C-17 수송기가 아프간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20년 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카불 공항은 차츰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민간 항공기를 통한 외국인 대피가 재개됐다.



◇ 탈레반과 주도권 경쟁나선 IS-K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은 여러 차례 카불 공항 주변에 테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군 장병 13명이 숨지는 등 170명이 죽는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IS의 분파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었다.

탈레반과 IS는 그간 대립 갈등 관계였다. 같은 이슬람 수니파지만 IS는 탈레반의 태도가 온건하다며 비난해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IS-K가 이번 공격으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IS-K는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반탈레반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탈레반과 주도권 경쟁에 나설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막 아프간을 접수하고 본격적인 통치에 착수하려는 탈레반에겐 강력한 내부의 적인 셈이다.


◇ 탈레반에 밀린 저항군, 민중 봉기 촉구

카불 북쪽에 자리 잡은 판지시르주에는 반탈레반 저항 세력이 집결했다.

판지시르주는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양옆으로 형성된 도시다.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꼽혔다.

저항세력은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리더는 아프간의 '국부'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정부군, 소수민족 군벌도 힘을 합쳤다.

탈레반은 NRF가 투항을 거부하자, 지난 2일부터 본격적으로 판지시르를 침공했다. NRF는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6일 주도 바자라크에서 밀려났다.

탈레반은 전쟁 종결을 선언했다. 주청사에 자신들의 깃발을 건 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저항군은 완전한 굴복을 거부한 채 게릴라전에 나섰다. 동시에 민중 봉기도 촉구했다.



◇ 경량급 지도자 앞세운 과도 내각…6개월 후 공식 정부 출범

탈레반은 판지시르 이슈가 정리되자 다음 날인 7일 밤 과도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 모양새 구축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정부 수반이 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경량급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총리 대행으로 임명됐다. 바라다르는 부총리 대행을 맡았다.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탈레반은 그간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명단에는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도 배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배자 등 내각 멤버 전원이 탈레반 핵심 강경파였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 내각 명단에 대해 '대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단 발표 때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서는 과도정부 내각은 6개월만 지속할 것이며 이후 포괄적인 공식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흔들리는 사회 질서…본색 드러낸 탈레반

아프간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물 경제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 폭등 등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졌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해외 원조마저 끊어지고 있어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
탈레반은 엄격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웠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와 달리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교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카타르,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를 빼면 탈레반을 인정하려는 나라는 극히 일부다.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지도부의 공언과 달리 일부 일반 대원들은 여전히 여성과 정부 종사자, 언론인 등을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사진 등은 기자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탈레반이 여성 시위대, 국기 시위대 등에도 발포해 사망자가 나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카불에서 평화적인 시위대와 기자를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는 보도에 대해 깊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지도부는 새 통치 체제의 근간도 여전히 샤리아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cool@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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