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체제 한달] ② 인정할까 말까…고민 빠진 국제사회

2021-09-13 08:38:14

[AFP=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한 달 동안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탈레반이 과도정부 내각을 발표한 지난 7일 이후에도 대다수 국가들은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재 완화나 구호 지원은 탈레반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고, 반대로 제재를 확대하자니 아프간 경제위기를 가속해 빈곤과 굶주림 등 '대재앙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개발계획(UNDP)은 잠재적 시나리오로 분석 결과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단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는 탈레반 재집권 이전에 계획했던 대로 아프간 프로젝트에 배정된 2억6천만달러(약 3천억원) 이상을 다시 보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달 8일 파키스탄과 중국, 이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아프간 주변 6개국 외교장관은 화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내정에 간섭 말고 인도적 지원을 하자"고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9일 아프간의 경제 붕괴를 우려하며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별개로, 탈레반이 구성한 정부를 인정할지는 국가별로 셈법이 다르다.

미국은 전쟁에서의 주적(主敵)을 파트너로 인정할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국으로선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자니 '인권외교'가 걸리고, 고립시킬 경우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안보'가 걸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7일 발표된 아프간 과도정부의 내각 명단을 보면 탈레반 내 강경파 남성들로만 전원 구성됐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20년 전 집권기의 외무장관·부총리를 역임한 유엔 제재 대상이고,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인물들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일부 인사들의 소속과 행적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반미(反美) 전선을 이루며 탈레반과 비교적 우호적으로 지낸 러시아, 이란, 중국, 파키스탄은 탈레반 정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아프간에 대사관과 차이나타운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탈레반이 과도정부 내각을 발표하자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3주가 넘는 무정부 상태가 끝났다"며 "우리는 아프간의 새 정부 및 지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반대한다"면서도 "독일 등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의 진정한 평화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탈레반을 장기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부를 서둘러 인정하려 하지는 않지만, 관심과 협력하려는 열망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은 국제적 고립이 아니라 국제적 포용"이라며 "고립은 우리가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감쌌다.

미국과 갈등을 겪는 이란은 아프간의 상황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20년간 지속되는 아프간 혼란의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 미국은 아프간 국민과 세계적인 비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탈레반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두고 있지만, 그동안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사무소와는 접촉과 협상을 지속해 왔다.
러시아의 크렘린궁은 이달 7일 "탈레반의 약속과 발표가 실질적 행동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탈레반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카불 주재 대사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탈레반 재집권 후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들인 공을 모두 날릴까 전전긍긍하며 탈레반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친미 성향 정부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 중 하나로 꼽혔다.

그동안 인도는 아프간의 댐과 학교, 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SOC) 구축 관련 400여개 프로젝트에 30억 달러(3조5천억원)를 투자하고, 장학금 등 원조를 아끼지 않으며 아프간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인도 정부는 탈레반을 테러 조직이자, '앙숙'인 파키스탄의 대리인으로 취급하며 멀리하고, 아프간 정부만 상대했다.

하지만, 카타르 주재 인도 대사 디파크 미탈이 지난달 31일 도하에서 셰르 모함마드 압바스 스타니크자이 탈레반 정치사무소 부대표를 만나는 등 탈레반을 새로운 외교 파트너로 조금씩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noano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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